화장실(化粧室)은 근심을 푸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르기도 한다. 뒤쪽에 있는 방이라하여 뒷간이라고도 했다. 이 밖에 측간, 변소 등 그 이름이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배설물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세면을 하거나 간단히 얼굴 화장이나 옷 매무새를 고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화장실이 청결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상당수의 공중화장실에서 화장실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지난 2010년 이후 경기도 내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가 2천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엄청난 범죄 발생 수치다.

 화장실에서 성범죄 등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치안 당국은 화장실을 비롯해 범죄 취약지역에 대한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오곤 했다. 공중화장실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에 대한 안전대책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도내 전 지역에서 매일 한 건식 공중화장실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이들 범죄 중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상당에 달해 일선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문제는 공중화장실 범죄 발생 빈도가 이처럼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당국의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데 있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올 7월 현재 도내 1만2천390개의 공중화장실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1천195개소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설치돼 있는 비상벨 중에서도 범죄방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 비상벨 설치 비율이 60.5%였으며 빠른 대처가 가능한 음원 인식 비상벨과 보안업체 비상벨은 각각 22.2%, 19.8%에 머물렀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우리나라 화장실은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와는 다르게 범죄 발생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하니 시민들은 불안하다.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되겠다. 공중화장실 이용 시민들의 안전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세계 경제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수치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국민소득이 높다 해도 치안이 확보되지 않은 국가라면 결코 선진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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