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본 케이블방송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주말에 텔레비전 앞에 누워 따분함에 계속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중이었다. 평소 잘 안 보는 케이블방송 채널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배우의 이름이 프로그램 제목에 소개돼 있어 채널을 멈췄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 해당 케이블방송이 가서 현지 교민을 초청해 노래공연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이름을 대면 우리가 알 만한 여배우의 이름이 제목에 나와 있었다. 아마도 프로그램을 띄우기 위해 출연하는 여배우 이름을 제목에 넣은 것으로 추측됐지만 혹시나 우리가 알고 있는 여배우가 진짜 출연하는지 궁금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넓직해 보이는 무대에서는 기타를 든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 가수가 밴드도 없이 홀로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다. 띄엄띄엄 비어 있는 관객석에 앉아있던 방청객들 일부가 박수를 치면서 공연을 즐겼다. 이 가수는 노래를 마친 뒤 자신의 순서 뒤에 이어서 나올 출연자를 소개했는데 진짜로 프로그램 제목에 나와있는 여배우 이름을 대는 것이었다. 믿겨지지 않아 크게 눈을 뜨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실제로 우리가 아는 그 여배우가 등장했다. 여배우가 무대 정중앙으로 나오자 여자 백댄서 두 명이 뒤에 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반주가 시작되고 여배우가 노래를 불렀다. 1980년대 말에 장혜리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내가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들려줬다. 떨리는 음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면서 부르는 얼굴 표정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공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방청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4분가량 되는 노래를 듣는 동안 머릿속으로 어떤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을지 생각을 해봤다. 한창 인기드라마에 나와 인기 상종가를 달리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미모의 여배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신문 사회면에 나오면서 느꼈을 아픔의 시간을 짐작해보면서 그녀가 들려주는 노래의 가사를 되새겨봤다. "어둠이 지나가고 내일이 찾아오면 애태웠던 지난날들이 내게로 살며시 다시 다가와 줄 것만 같아요. 이제는 울지 않을래. 이별은 너무 아파요. 다시 떠난다 해도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앞으로 팬들 앞에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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