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 검토를 제안한 데 대해 정치권의 설전이 뜨겁다. 이에 편승해 보수와 진보 진영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이념적 틀에 가둔 채 진영 논리로 비화하고 있어 국가 대사를 앞두고 자못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 제1야당인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할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공격훈련’으로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방어훈련’마저 미루자는 것은 대한민국 안보를 포기하자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고 강한 반발과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당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번 제안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강조"라며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승화된다면 얼어붙은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가는 새 국면이 열릴 것"이라고 반박하며, 공세 차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미국의 입장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축소가 아닌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훈련 연기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춘다면 그간 중단된 남북대화는 물론 북미 간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보수진영의 반발과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제안한 것은 주최국 대통령으로서 국제사회 일각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유의미했다고 본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참가를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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