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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부터 안개와 항공기 순차적 이착륙으로 항공편 지연이 계속된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 전광판 밑으로 여행객들이 줄 서 수속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던 계획이 무참히 짓밟혔다.’ 이들의 계획을 ‘수포(水泡)’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짙은 안개였다. 인천국제공항이 안개에 갇혀 마비됐다. 항공기 지연은 물론 결항이 줄을 이었다.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장.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나갈 여행객 수 만명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다. 하지만 공항 여객터미널(T1)에서는 여행을 떠나는 기쁨의 환호는 잠시였다.

인천공항을 짙게 누른 안개로 항공기 지연·결항사태가 잇따랐다.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와 2층 항공사 사무실에는 수 많은 여행객들이 핏대를 세운 욕설과 항의가 가득했다. 앉을 곳을 찾지 못한 여행객들은 외투를 이불 삼아 바닥에 드러누웠다. ‘난민촌’이 다름아니었다.

이날 호주로 크리스마스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이던 윤상혁(32) 씨는 항공기 결항 소식에 "안개가 이번 크리마스 연휴를 다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그는 "예닐곱 시간을 기다렸지만 안개로 항공편이 결항됐다는 소식에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왔다가 큰 실망감만 가득 안고 돌아가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23일부터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로 인천공항은 항공기 지연·결항사태가 속출했다.

24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전날 운항 계획된 1천70 항공편 중 결항 58편(출발 28편, 도착 30편), 회항 36편, 지연 468편(출발 318편, 도착 150편)이 발생했다. 이날에도 항공기 운항은 시간당 약 52편으로 일부 정상운항되는 듯 했으나 계획된 1천281편(출발 670편, 도착 611편 ) 중 320편이 또다시 결항 또는 지연됐다.

항공기상청은 23일과 24일 짙은 안개로 인천공항에 저(低)시정 경보(가시거리가 400m 미만) 발령과 해제를 반복했다. 기상청은 인천공항에 안개가 많이 낀 이유를 서해안에서 집중 유입된 해무(海霧·바다 위에 끼는 안개)의 영향으로 내다봤다. 공사 측은 시정거리가 75m 이상만 되면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지만 항공사 별 기종성능, 조종사 숙련도 등 일부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 지연·결항이 됐다고 파악했다.

공사 관계자는 "항공편 운항 지연·결항사태로 24시간 특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비상 숙소와 식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항공편 임시 주기장, 대중교통시설, 식당가 등과 연계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등 여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지난 22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동계 성수기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약 736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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