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인천시 남구 관교동의 한 거리에서 구세군 자원봉사자가 궂은 날씨에도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인천시 남구 관교동의 한 거리에서 구세군 자원봉사자가 궂은 날씨에도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3일 오후. 인천지역 번화가 곳곳에서는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뜬 인파 속에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의 종소리다.

올해 지역 기부문화는 매서운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다. 어금니아빠 사건을 비롯해 모금단체의 기부금 유용 등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이 겹쳤다. 구세군 역시 과거 "냄비에 모인 기부금으로 건물을 새로 지었다"는 오해로 10여 년 간 차가운 시선을 받았던 단체 중 하나다.

이날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4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진행한 김남진(49)씨는 "구세군은 모금활동을 시작한 이후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한 적이 없는데, 올해는 조금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여러 이유로 나눔이 위축된 부분도 있지만 아직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남아 있으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김 씨가 처음 구세군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다. 고등학생 때 교인으로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가 보람을 느껴 매년 참여하고 있다. 구세군의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라는 문구는 김 씨의 나눔 철학이기도 하다. 5년 전부터는 김 씨의 아내 박수경(45) 씨도 거리로 나와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옆에서 마이크를 들고 시민들에게 나눔을 독려하는 일은 딸 사랑(10) 양의 몫이다.

김 씨는 "말로만 나눔을 전파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미혼모 시설, 보육원, 나아가 에이즈 환자나 알코올 중독자 시설을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함께 노력하면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전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2년 여 전 한 할머니를 보고 자원봉사를 시작한 이현정(31·가명)씨도 같은 마음이다. 당시 본인이 더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 동안 모은 돈을 모두 냄비에 넣은 할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꼭 고액 기부가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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