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이맘때가 되면 양육시설 아이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로 평소보다 더 큰 상실감에 빠져 있다. 김태형 인턴기자 kth@kihoilbo.co.kr
▲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이맘때가 되면 양육시설 아이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로 평소보다 더 큰 상실감에 빠져 있다. 김태형 인턴기자 kth@kihoilbo.co.kr
"바깥 세상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의 크기와 이곳 아이들의 가슴에 드리워지는 그늘의 크기는 비례하는 것 같아요."

인천의 아동양육시설인 ‘향진원’의 윤석주 사무국장은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둔 시설 내 아이들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향진원에는 50여 명의 원생이 모여 산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부터, 부모의 폭력과 방임에서 벗어 나기 위해 들어 온 아이까지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다. 아이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하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해맑은 표정과 웃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 속 한편에는 ‘그리움’이라는 ‘심연(深淵)’이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큰 상실감과 공허(空虛)에 빠진다. 자신을 버린 부모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거나 관심을 받고 싶어 사고 아닌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윤 사무국장은 "초교 5학년인 한 원생은 아직도 부모가 자신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다른 원생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의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다 법원의 판결로 부모와 격리돼 이곳에 왔어도 부모와 함께 살기를 바라는 원생도 있다. 부모와 사는 것 자체가 악몽이지만 그렇다고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사는 것보다 같이 사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두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그들에게 커다란 멍에로 다가온다.

특히 연말이 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져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식음을 전폐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지도교사들의 마음은 애처롭다.

윤 사무국장은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이번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더 이상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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