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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2017년도의 남북한 관계는 지난 5월 헌정(憲政)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됨에 따라 ‘어떤 극적인 돌파구를 맞이할 것’이라는 내외의 기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소강상태에 빠진 교착국면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즉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혹시(或是)나가 역시(亦是)나가 되는 그런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그런 상황에 머무르게 됐다고 총평(總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우리의 통일-대북정책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신(新)경제지도 구상과 통일경제 구현, 남북 기본협정 체결, 남북한 관계 발전, 인도적 문제 해결, 통일 공감대 확산, 통일 국민협약 추진 등 여러 가지 내용을 포괄함으로써 상당수 국민들에게 ‘분홍빛 기대와 희망’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즉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에서의 이른바 ‘베를린구상’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신축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강한 정책 추진 의지를 표명했고, 이후에도 광복절 경축사 등 주요 계기 및 미국-중국 등 정상(頂上)간의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정착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마당’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는 지난 7월 중순 군사분계선 내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자회담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전격 제안했으나, 정작 그 당사자인 북한당국으로부터는 그 어떤 뚜렷한 반응을 얻어내지 못한 채 ‘허공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고장난명(孤掌難鳴)의 결과를 얻어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4월의 북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의 ‘강릉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참석과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2018 여자아시안컵’ 출전을 위한 평양 방문, 7월에는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무주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가 등이 이뤄졌다. 이 밖에 지난 10월에는 우리의 어선 ‘홍진호’가 북한당국에 나포됐다가 1주일 만에 귀환하는 사안 등이 발생해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개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도 있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중 남북한 관계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 초병에 의해 피격된 이래 경색된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했고,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의 여파로 취해진 ‘5·24조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답(答)을 도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민간단체의 대거 방북 승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보다 더 정확히는 이런 선의적이고 호의적인 조치나 대화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적반하장(賊反荷杖)적인 논리를 내세우면서 핵실험을 자행했는가 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지속적으로 발사하는 반평화적 도발행위로 대답했기 때문에 남북한 관계는 단 일보(一步)도 전진하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1972년의 남북 공동성명이나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그리고 제1∼2차 남북정상회담 등 과거의 남북관계 역사를 반추해 볼 때 ‘극도로 경색되거나 교착된 국면’에서 반전(反轉)의 계기를 맞았던 선례(先例)가 2018년에는 재현(再現)되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그런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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