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국 동포 2명을 구속하고, 중국인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13년 4월부터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6만2천여 차례에 걸쳐 총 2천631억 원을 중국에 불법 송금한 혐의다. 같은 날 100억 원대 환치기를 한 네팔인 12명과 내국인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2015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하왈라’(아랍권의 불법 송금시스템)를 이용, 네팔에 불법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치기는 통념보다 심각한 범죄다. 단지 탈세나 국부 유출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번에 검거된 중국 환치기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위해 2억5천만 원을 송금한 정황이 포착됐다. 네팔의 환치기 수법인 하왈라는 테러 자금으로도 유입될 수 있어 국제적으로 감시가 심하다. 원정도박이나 불법 도박사이트의 송금 또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환치기가 필수다. 이렇듯 환치기는 그 자체보다 거래 이전 및 이후에 벌어지는 범죄의 매개체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환치기 수법도 나날이 고도화되는 추세다. 예컨대 범죄수익금을 직접 송금하기보다는 화장품이나 공산품을 우선 구입하고, 이 물건을 다시 중국으로 가져가 판매해 수익금을 챙기는 식으로 ‘돈세탁 과정’을 추가한다. 이렇게 하면 보따리상이나 중국 내 판매조직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단속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심지어 작년에는 해외에 서버를 둔 한 불법 도박사이트가 자신들의 범죄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사무장 병원’까지 세워 운영하다가 검거된 적도 있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환치기를 수행하는 모든 무등록 환전업자를 뿌리뽑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주 노동자들과 보따리 무역상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비제도권 영역에서 ‘소액 환전의 편리성’이라는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대안이 불충분하다면 시장원리에 의해 언제든 자생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부처 간 협력이 유일한 옵션이다. 정보를 통합해 누락된 세원 및 불법자금의 흐름을 파악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관세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그리고 검찰과 경찰을 아우르는 드림팀을 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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