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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우리는 매년 연말 이때쯤이면 한 해를 돌이켜 본다. 흔히 지난 한 해를 회고하면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라 한다. 짧게 보면 올해도 탄핵정국과 보궐 대통령선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촉발된 안보위기, 일자리 창출과 빈부격차 해소 과제 같은 문제가 해결을 기다리고 있어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음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밝은’ 기사로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대통령에 대한 가십거리 기사부터 갑남을녀(甲男乙女)의 미담까지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었지만, 우리 한국의 두드러진 국제경제 위상 기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약육강식의 냉엄한 국제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이 건국-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축적해온 저력으로 2017년 세계체제상 중심부와 경제대국 반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됐는데, 이는 참으로 기쁜 일이다.

 2017년 한국의 무역액은 1조 달러를 초과해 영국 다음으로 세계 9위, 수출은 (11월 말까지) 5천248억 달러에 이르러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6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액(GDP)은 2017년 10월 기준 통계로 1조5천297억 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인도, 브라질, 이탈리아, 캐나다에 이어 11위를 차지하고 있어 12위인 러시아나 13위인 오스트레일리아 등보다 앞서 있다. 국내 총생산액에서 우리보다 한 단계 앞선 캐나다의 국토 면적은 약 998만㎢, 우리보다 한 단계 뒤진 러시아는 약 1천709만㎢인데, 대한민국(남한)은 약 10만 ㎢이다. 일반적으로 국토면적에 국가 보유 천연자원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한국이 좁은 국토와 적은 부존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1위의 국내총생산을 기록하고 있으니, 우리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이며, 그 국민인 우리는 대단한 국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2018년에는 우리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우리는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면서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 7번째 나라 즉 30-50 클럽국가가 된다. 현재 30-50 클럽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뿐이다.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스위스와 같은 나라가 국민소득 최고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는 영세(零細)국가이고, 중국, 러시아, 인도 같은 나라는 국토는 넓고 인구는 많지만 현재 국민소득이 1만 달러 미만이다. 그들 나라와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이고 경제 강대국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헬조선’이란 자기비하 태도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도의 시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타고르는 우리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한 바 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문학비평가 가운데 "타고르는 서양문명엔 많은 문제가 있고 그 대안은 아시아문명이라고 생각해서 그가 방문한 아시아의 나라 모두를 등불로 묘사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1909년 안중근 의사 의거가 중국의 민족운동을 각성시켰고 1919년 3·1운동이 중국의 5·4운동에도 크게 영향을 주었듯, 3·1운동은 네루도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혔듯 인도 독립운동가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타고르의 시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국은 1945년 해방 후 지난(至難)한 노력으로 건국과 산업화 과정을 수행해 타고르의 말처럼 ‘동방의 등불’이 됐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정책을 본받으려 동남아 국가와 중국, 러시아에서는 "동방을 보라" 했다. 민주화와 세계화 단계를 거쳐 이제 한국은 ‘동방의 등불’의 위상을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새마을운동을 세계 곳곳의 개발도상국가에 전수했고, 새마을운동의 유용성을 실감한 그들 국가의 수반들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타고르가 동방의 등불이라고 한 코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해 국가 건설과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한 모범사례로서 발전을 도모하는 후발 국가들의 앞길을 밝혀주는 ‘세계의 등불’로 칭송받을 만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조국 코리아, 미래에도 영원히 ‘세계의 등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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