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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돈 이천시장
나의 집무실 입구에 여민고락(與民苦樂)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백성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시장으로서 시민을 대하는 마음이 꼭 이래야 할 것 같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글이다. 시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다는 것은 바로 시민을 사랑한다는 뜻과도 같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천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그 누구 못지않다.

 젊은 시절 경기도청 근무 당시부터 고향 마을에 길하나 반듯하게 놓고 싶은 마음에서 열심히 일했다. 결재를 기다리는 시간이 안타까워 결재권자가 되고 싶었고, 그 자리에 올라 오직 내 고향 이천을 위해 내 의지와 생각대로 일을 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 좀 고단하고 힘들어도 나 하나 열심히 해서 열 사람 잘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거라고 배웠다. 나 하나만 중심을 잡고 열심히 하면 23만 이천시민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에 진정성을 갖고 시장이 됐다. 하지만 2006년 처음 시장이 되자마자 SK 하이닉스 증설 불허라는 큰 시련이 닥쳐왔다. 정부는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을 불허하고 청주공장의 증설 허용을 발표했다. 이유는 구리공정으로 인한 상수원 수질오염 우려와 수도권 규제 원칙 위배 때문이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평온한 마을에서 시위 한번 안한 우리 착한 시민들이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300여 명의 이천시민이 삭발을 하고 100여 대의 버스를 타고 과천 정부청사로 향했다. 또한 각 읍면동 모금액은 넘쳐났다. 특히 시민들은 생업을 뒷전으로 미뤄놓고 하이닉스 주식 갖기 운동, 정부청사 1인 시위, 매주 지역순회 촛불집회, 경기도민 1천 만 서명운동 등 추운 겨울이지만 서로의 체온을 의지하며 투쟁했다. 그 결과 이제 SK하이닉스는 15조 원의 투자로 지역 경제의 핵심이자 일자리 창출 중심지가 됐다. 2007년 일방적인 특전사 이전 발표 때에도 우리 시민들은 함께 일어나 힘을 모았고, 그 결과 인센티브 사업인 중리·마장 택지개발 사업을 통해 이천시는 35만 계획도시의 핵심 기반을 완성하며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날 이후 얻은 긍정의 에너지는 이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시민들은 이제 함께 힘을 모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과연 그때 이천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런 고난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나를 비롯한 우리 이천시 공직자들과 시민 모두 이천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마을 행사에 얼굴을 내비치는 예비 출마자들이 많다. 모두 자신이 적임자임을 주장하지만 공직자에게는 많은 덕목이 필요하다. 청렴은 물론이요 책임감이 있고 정직해야 하며 또한 능력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3선 시장으로서 내가 이천시를 이끌어 갈 선출직 공직자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이천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천을 진정 사랑한다면 그 어떤 시련과 고난이 와도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그런 각오가 분명 필요하다. 덧붙여,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좋은 정책은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문화는 여야를 떠나 전임자의 성과를 폄하하거나 도려내는 후진국형 정치문화를 보여줬다. 그래야만 차별성이 부각되고 표를 더 얻을 수 있다 생각한다. 시민을 위한 봉사가 아닌 개인의 영달과 권력에만 치우친 행태다. 하지만 지난 정권교체 과정에서 보듯 이미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변화됐다. 선진화된 시민의식 앞에 과거의 구태 정치는 설자리를 잃을 것은 분명하다. 이제 나는 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지난 시간 오직 이천만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다. 나는 우리 시민들이 돈이 없어서 밥을 굶거나,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이러한 여민고락(與民苦樂)의 마음을 잊지 않고, 끝까지 시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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