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Tomorrow is anoth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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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발표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 나온 여주인공(스칼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남성들보다 강한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소설의 제목이 될 뻔한 마지막 대사는 작가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결정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혜련(매교·매산·고등· 화서1·2, 서둔동) 수원시의원도 스칼렛 오하라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는 1984년부터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시 고등동에서 34년간 약국을 운영했다. 때로는 연탄가스에 중독된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며 충분치 않던 의료기반의 일선에 섰다.

지금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무료 투약 등 의료봉사와 같은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녀는 시의원이 돼서도 거창한 담론보다는 오늘을 살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올해 환갑(58년·개띠)을 맞아 ‘찰나의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이 의원에게서 ‘제2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 34년간 인생을 바친 나의 약국

"1984년, 수원시 고등동에 ‘제민온누리약국’을 처음 열었죠. 한자리에서만 34년 넘게 약국을 했어요. 지금도 틈나는 대로 약국을 운영 중이죠. 그러다 보니 수원에서만 꼬박 34년 넘게 약국을 했네요."

수원시의회 재선의원인 그녀는 바쁜 시정활동에도 의회 일정이 없을 때에는 항상 약국 문을 열어 둔다. 30년 전에는 인근 주변이 모두 주택들이 모여 있었지만 큰 병원이 없기에 약국이 꼭 필요했다. 이 의원이 살던 고등동에는 수백 가구가 거주했고, 그들이 모두 약국의 손님이자 이웃이었다.

그러다 보니 약국은 그야말로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했다. 아이들도 함께 키웠다고 할 정도였다. "옆집에 이웃집 할머니가 올라오시면 약국에서 가족을 기다리다 함께 가시곤 했어요. 이웃집 아이들이 누구인지,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 있었죠."

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도 지역구가 고등동이기에 변함없이 활동했고, 그때 만났던 이웃 주민들과는 아직도 주기적으로 만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지금도 약국 운영은 삶의 사명이자 신념이다. 의회 활동과 지역구 행사 등으로 바쁜 몸이지만 활동이 끝난 후에는 꼭 약국에 돌아와 문을 열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몇 해 전만해도 주변에 많은 약국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유일한 약국이 될 정도로 많은 약국들이 떠났다. 지역 주민들이 간단한 약을 구매하지 못해 이웃 동네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 등 어려움이 많다.

이에 시의원과 약사라는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하면서 주민들과 건강 도우미로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녀는 약사 이력도 화려하다. 수원여자고등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직 수원시의원 중 유일한 약사다. 경기도약사회 학술교육개선정책단 단장,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부본부장을 맡다 마약 퇴치운동, 환경 보호활동 등 봉사활동에 힘써 왔다. 수원시약사회·경기도여약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아직도 약국을 운영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지난 34년간 이곳을 통해 나를 만들고 성장해왔죠. 또 이웃들과 더불어 살았죠. 앞으로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시의원으로 산다는 것

이 의원은 재선이다. 지난 9대 수원시의회 의원에 이어 10대에도 당선된 지지기반이 탄탄한 의원이다. 그녀는 "초선 당시에는 아직 시의원의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였다. 정책을 정하고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말뿐이었고, 그저 민원을 따라 다니던 그런 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민원에도 서둘러야 하는 것이 있고,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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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민원 해결은 또 다른 민원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하면서 초선을 보냈다"며 초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초선보다는 재선이 더 힘들고 책임감도 커진다. 재선이라는 것 자체가 지난 4년간의 성적에 대한 주민들의 심판이다. 주민들의 심판에 대해 늘 겸허해야 한다는 것이 재선의원의 몫이기 때문에 늘 신중을 기하고자 한다"며 "또 재선 기간이었던 10대 전반기에는 ‘안전교통건설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어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컸었다. 더구나 수원시의 규모가 갈수록 커져 상임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폭주했다. 그리고 상임위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새로 습득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이 의원은 10대 의회에 들어와 의료복지·환경을 의정활동 키워드로 내세웠다. 특히 그가 직업으로서는 약사이자, 일과 가정을 양립한 워킹맘이었던 만큼 이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우선 약사 생활을 할 때부터 꾸준히 시작한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본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는 사회적 약자도 있고 외국인 근로자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의료봉사는 지역구 활동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환경문제인 수돗물 정수화 사업에도 노력을 기하고 있다. 깨끗한 수돗물을 학교와 경로당 등에 직접 공급해 학생과 노인 분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품질 향상에 열정을 쏟고 있다.

# 인생 2막을 열며

이 의원은 평소 미리 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성격적으로도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하루 종일 불편해 먼저 사과하고 이해한다. 매사 긍정적이기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매 순간 열심히 살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하루하루 쌓인 결과물로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수원에서 약국을 운영할 때에도, 8년 전 수원시의원에 들어온 지금도 그 원칙은 같다고 설명했다.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는 약사일 때도 시의원일 때도 그저 평범한 시민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니 인생 후반기가 더 바쁘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지역 지킴이로 살겠습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사진=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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