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jpg
▲ 장순휘 청운대 교수
새해 첫날 날아든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는 기대보다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매년 육성신년사를 발표하는데 통상 대내정책, 대남정책, 대외정책 등의 순으로 구성되고,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은 북한의 향후 1년간의 절대적인 지시로 이행되는 것이다.

 연설문에 대한 안보적 함의를 몇 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표현하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할 것이다.

 즉 ‘도적놈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뜻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거부하고 온갖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던 김정은이 모든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전가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어거지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공산주의 전략전술로써 ‘담담타타(談談打打)’를 포장한 평화대화 공세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물타기 전술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언급한 내용을 통해 적장(敵將) 김정은의 사고체계를 알 수 있기에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김정은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고립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핵무력 완성’을 위한 불가피한 역경으로서 미국의 핵 위협에는 핵으로 맞설 수 있다는 핵국가임을 거듭 천명하면서 자신의 책상에 핵단추가 있어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하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에 대해 침묵을 깨고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으로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남북대화라는 것이 정부 당국 간 극비리에 접촉을 통해 어렵게 성사됐다가도 북한의 일방적인 대화 전략에 의해 묵살·중지·파기돼 왔기 때문에 우리 주도로 신뢰적 접근에 한계가 노정(露呈)돼 왔다.

 과거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남북관계가 해빙을 맞는 분위기였으나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지에서 북한군에 의해 박왕자피살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진상규명·재발방지약속·신변안전보장"의 ‘3대 선결요건’을 요구했으나 북한에 의해 거부됐다.

 이어서 김정은은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과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써 다가오는 ‘한미연합 K/R(Key/Resolve)연습’을 미국의 핵전쟁 도발로 왜곡 비난하면서 중지시키려는 평화공세와 대외 선전전을 주장했다.

 이 주장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도발을 자제할테니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한미연합연습 중지로 화답하라는 식의 한미동맹 갈등 유발의 틈새공격을 노린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가 ‘중지’보다는 ‘연기’를 미국과 협의 중이라는 유연한 대응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적절한 외교적 노력이다.

 평화적인 스포츠제전인 동계올림픽 시기에 한미연합연습으로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출격해 연일 뉴스에 나오는 모양새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훈련은 늘 일정 조정을 한다"는 발언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으나 중단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무튼 적반하장식의 전술적 대화 제의지만 일단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북한을 평창올림픽에 참가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채널을 복원시켜야 한다. 특히 군사당국자회담과 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적십자회담, 남북 문화 및 스포츠 교류 등 다양한 소통으로 긴장완화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안보목표는 북한의 핵개발 백지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을 역담담타타식으로 적절히 대화에 응하면서 우리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비핵화를 위한 제재 압박을 지속적으로 더 강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적반하장은 알고 당해서는 안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