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날, 아내와 함께 영화를 봤다. 사람이 죽은 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흥행목적도 있어 코믹함도 섞여 있는 영화였다. 화재가 난 고층 건물에서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고 자신은 죽었는지도 모르고 잠시 살았다는 기쁨에 젖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는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등 7개의 지옥에서 각각 재판을 받으며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코믹한 장면에서 웃는 관객들이 많았으나 나중에는 감동으로 눈물을 닦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고 있는 거짓말, 그것이 비록 선의(善意)의 거짓말이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것이라면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를 보며 너와 나를 구분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해본다. 특히 주인공의 동생이 초소 근무 중 실수로 후임병의 총에 맞아 죽는데 소대장이 자신의 진급 문제로 암매장하면서 동생은 원귀(寃鬼)가 되어 이승과 저승을 어지럽힌다.

 동생이 자신의 죽음과 전혀 상관이 없는 형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와 인연이 된 모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한 위급한 상황에서 동료소방관을 구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후에는 살생한 죄로 따지는 것을 보니 심적으로라도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어려움에 빠뜨렸을까? 라는 후회도 해본다. 게다가 부자, 형제 사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천륜(天倫)에 대해서도 강조한 이 영화는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뒤돌아보게 한다. 불교를 믿는 우리 부부에게 더욱 가슴속 깊이 파고들며 여운을 남긴다.

 이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누군가에게는 선물로 다른 그 누군가에게는 짐이 되는 나이. 결코 짐이 아닌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등을 어기지 않고 올바르게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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