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연서
문계봉 / 실천문학사 / 8천 원

2018010401010001134.jpg
지난 1995년 제2회 실천신인상으로 등단한 문계봉 시인의 시집 ‘너무 늦은 연서’가 출간됐다.

 등단한 지 스무 해가 넘어 첫 시집이 실천시선 253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시집에는 ‘너무 늦은 연서’를 포함해 68편의 시가 수록됐다.

 수록된 시들의 문체는 서정적이다. 그러나 담긴 신념은 올곧고 단단하다. 그의 시를 읽으면 어쩐지 윤동주나 한용운의 시가 떠오르는 까닭이다. 오랫동안 시집 출간이 미뤄진 것도 결코 다름이 아닐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겸손하고 강직한 가치관에 기인했을 터. 그의 시는 부드럽지만, 또한 강인하다.

 시에 신체의 움직임이 보이는 흔적은 온몸으로 시를 쓴다는 증거다. 온몸으로 쓴 시는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된다. 문계봉의 첫 시에는 신체의 움직임이 명확히 나타난다.

 시를 읽는다는 동사는 눈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뇌를 움직여 상상하고, 냄새를 떠올리는 육체적 반응을 포함한다. ‘소 힘줄 같은 고집’, ‘힘줄의 탄력’, ‘허기 만큼의 높이’, ‘삶의 게릴라’ 같은 표현은 그의 글이 모두 철저하게 온몸을 통과해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글에 나오는 온몸의 시학, 가족 공동체와 같은 연대 의식, 운명과 싸우는 혁명의 자세, 이 세 가지의 힘줄이 그의 시를 이루는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민중문학의 해안에 포스트모더니즘이란 흑선이 엄습한 1990년대 중단에 80년대 문학의 세례를 흠뻑 받은 채 시단에 상륙한 그와, 그 또래의 혼돈을 이 시집은 충실히 보여준다"며 "비관과 낙관의 고비들을 겪고 다시 시로 돌아와 이만한 시 작업을 밀어온 문 시인의 구토가 기룹다"고 말한다.

 시집에는 혼란한 세상에서의 투쟁과 역사, 연만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천시선 253 ‘너무 늦은 연서’는 문계봉 시인이 독자, 혹은 세상에 보내는 ‘너무 늦은 연서(戀書)’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시가, 문학이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슴에 품은 채 몇 구비의 고단한 현실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발을 헛디디고 마음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지요. 나는 시를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시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일상에서 틈틈이 끄적였던 시들을 모아 세상의 허다한 시집 더미 위에 한 묶음의 부끄러움을 보태고자 합니다. 성취의 자부는 적고 부끄러움은 많습니다." -문계봉 시인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 북폴리오 / 1만3천 원

2018010401010001132.jpg
집 앞 골목, 빌딩의 화단, 동네 공터. 하루에도 몇 번씩 존재감을 내비치는 길고양이.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곳이 길고양이들에겐 그저 집일 뿐, 그들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해 왔다.

 고양이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길고양이는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도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이것에 대한 작은 보탬이자 가이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탄생한 책이다.

 고양이 작가이자 10년차 ‘캣 대디’인 이용한 작가가 첫 번째 파트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에서 길고양이의 특징, 성장 과정, 고양이 용어 등의 개괄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또한 고양이 보호 시민단체인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두 번째 파트 ‘길고양이, 이것이 궁금하다!’에서 길고양이 구조, 치료, 포획 등 TNR과 의학적인 부분을 책임 집필했다. 여기에 이용한 작가의 애정이 담긴 생동감 넘치는 길고양이 사진과 일러스트레이터 봉지 작가의 귀여운 그림으로 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의 이해를 도왔다.

 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의 바람처럼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고 처음 이 길로 들어선 초보 캣맘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마음을 다독이게 해 줄 현실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시작되는 영화가 있다
김호영 / 위고 / 1만5천 원

2018010401010001133.jpg
11명의 프랑스 영화감독과 그들의 대표작을 다룬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시작되는 영화가 있다’가 출간됐다.

 이 책에 소개되는 영화감독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힘든 각박한 제작 환경 속에서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는 기존의 영화 전통들을 아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고, 누구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땅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영화는 결국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끊임없이 상투화돼 가는 우리의 ‘감정틀’을 뒤흔들고, 점점 더 획일화 돼 가는 우리의 사고 틀을 무너뜨리는 것.

 이 책은 지금 프랑스 영화의 주요 경향을 이끌고 있는 감독, 누구와도 차별되는 독창성으로 자기만의 영화세계를 일궈낸 감독 등 열한 명을 선정해 이들이 온 생애를 바쳐 구축하고 있는 ‘다른 세계’를 소개한다.

 이들의 영화는 정해진 사고의 틀이나 감정의 선을 따라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현실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원리나 진리보다는 현실에 내재된 수많은 불확실성과 차이들을 보여주려 애쓴다. 이들의 영화가 보여주는 ‘어긋남’, 혹은 ‘선 넘기’의 경험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