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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경 인천시의회 운영위 수석전문위원
2018년도 인천시의 재정규모는 작년보다 6.6%p 증가한 약 9조5천억 원에 달하고 최근 5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새해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재정건전화의 성과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예산은 작년보다 18.9%p, 수송 및 교통 분야 27.7%p, 환경보호 분야가 15.9%p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향후 5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운용해서 원도심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다.

 교육청도 2016년 하반기부터 중앙정부와 인천시로부터의 이전수입이 증대되고 올해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재정여건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2018년도는 최근 5년간 가장 큰 증가 폭인 12.5%p가 증가한 약 3조5천억 원 규모다. 국가 직접 사업이나 10개 군·구를 제외하더라도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양 기관의 재정을 합하면 약 13조 원 규모다. 집중적인 채무관리를 통해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고 양적 규모도 커진 만큼 이제는 이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잠시 2천50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춘추전국시대 제(齊) 진(晉) 초(楚) 진(秦) 4강이 패자로 군림하던 시기였다. 지리적으로 진(晉)과 초나라의 틈새에 끼인 약소국 정나라는 명재상 정자산의 등장과 그의 탁월한 능력으로 강대국 틈에서 명분과 실리를 추구하면서 강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자는 정자산에 대해 "그는 군자의 네 가지 도를 갖추고 있었다. 처신에는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김에는 공경스러우며, 백성을 먹여 살림에는 은혜롭고, 백성을 부릴 때는 의리에 맞게 하였다"고 했다. 정자산의 인물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평가다. 그런데 공자의 평가와는 다른 정자산에 관한 일화를 하나 보자. 정자산이 어느 날 길을 가던 중 진수와 유수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차가운 강물을 건너는 백성들을 봤다. 측은한 마음에 타고 가던 수레에 태워 건네줬다. 이를 두고 맹자는 "은혜롭지만 정치를 알지 못하는구나. 11월 달이 될 때 뗏목다리(도강)를 놓아 주고 12월엔 교량(여량)을 이루어 주면 백성들이 건너는 데에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군자가 정치를 평화롭게 한다면, 길을 갈 때 사람들을 비켜서게 해도 좋거늘 어찌하여 사람 사람마다 건네준다는 말인가. 정치를 함에 있어서 사람마다 다 기쁘게 한다면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레에 태워 강을 건네준 것은 은혜롭지만 정치를 모른다고 한 것인데 그 메시지는 명쾌하다.

 지방자치가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면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불편과 바람은 정치와 행정에 반영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주민들의 기대 수준도 더 높아지고 요구도 다양화되고 있다. 여전히 놓아야 할 다리도 많고 낡고 오래돼 고쳐야 할 다리도 많다. 인천은 올해부터 고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로 어린이집을 포함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인천시가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먼저 제안했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와 교육청이 비용 분담항목과 분담비율에 대한 이견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인천시의회는 적극적인 중재와 조정에 나섰고 시와 교육청은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흔히 집행부와 의회를 수레의 두 바퀴로 비유하지만, 의회가 자전거의 앞바퀴가 되어 정책의 방향을 잡고 주도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한데 그러한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현장에서는 당장 필요할 때 수레에 태워 강을 건네준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생활정치라는 측면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레에 태워 강을 건네주는 따듯한 마음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다행히 인천시의 재정 건전성도 개선되고 그 규모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있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편하게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더 튼튼하고 더 많은 다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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