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1.jpg
▲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북한의 조선중앙TV를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전 방송매체는 지난 1일 9시 30분부터 약 30분간 김정은의 2018년도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지난 2017년도를 "자력자강의 동력으로 사회주의강국 건설사에 불멸의 이정표를 세운 영웅적 투쟁과 위대한 승리의 해"로 평가했다. 또한 새롭게 맞이한 2018년도를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는 해"로 설정했다. 특히 대내면에서는 사회주의 정권 창건 70돌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정치, 경제사회, 군사 등 부문별로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가운데 ‘경제발전 5개년 전략’ 3년차에 접어든 올해에 "경제전선 전반의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해 인민경제 개선향상에 진력할 것"을 역설했다. 이러면서 지난 2016년 7월 착공한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및 2017년 5월 착공한 단천발전소, 황해남도 물길 2단계 공사 등을 구체적 사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북한당국의 2017년 평가와 2018년 정책방향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신년사에서 주장한 내용이 북한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독불장군식 평가와 ‘분홍빛 기대’에 가득찬 것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2017년은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주의 강국 건설사에 불멸의 이정표를 세웠던, 그런 한 해가 아니라 인민들의 실생활 개선은 도외시한 채 정권의 공고한 기반 구축을 위해 무리하게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얻는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많은’ 그런 후과를 발생시킨 해이기 때문이다. 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미국, 일본, 유럽 제국들로부터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위한 조치를 스스로 끌어들임으로써, 국제사회의 외톨이와 같은 처량한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던 해였던 것이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밝힌 2018년 내부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향 역시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일시적 대증요법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와 단천발전소, 황해남도 물길 2단계공사 등이 예정대로 완공된다고 해도, 그 효과가 인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크게 돌아갈지,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대표적 예를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첫 치적사업으로 대대적 선전했던 마천령스키장이나 미림승마장, 문수물놀이장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이들 시설들은 인민들의 복지향상, 특히 심신 피로를 회복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대표적 휴양시설이라는 미명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건립됐지만, 이른바 ‘특권층’만이 이용하는 특혜시설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런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한 북한당국의 인민을 위한 경제정책 추진 성향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에 새롭게 맞이한 올 한 해 북한 인민들의 경제 상황은 예전이나 큰 변화 없이 고되고 힘든 나날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일례로 지난해 연말 ‘당 세포위원장대회’에서 김정은은 "인민을 위한 더 많은 사업과 대담하고 통큰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 역설했지만, 이번 신년사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롭고도 구체적인 사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 반대로 제시된 과업의 성과 달성을 위해, 또는 혁명적 당풍 확립을 위한 내부통제 및 검열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민들의 실생활 향상이나 개선은 고사하고 당으로부터 이중삼중의 감시통제가 더욱 강화돼 인민들을 옥죄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정은 정권이 진정으로 인민의 뜻을 받들어 인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려면, 그래서 만성적인 경제난에 빠진 인민들의 실생활을 개선, 발전시키려면 무모한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반평화적 도발을 그만 두고, 여기에 들어가는 엄청난 자금을 인민경제 부문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북한 정권이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인민들을 위해 복무함!’이라는 구호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