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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새해의 희망을 담은 무술(戊戌)년 태양이 푸른 하늘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 바야흐로 2018년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하나의 소망을 마음속에 품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간절히 기도를 한다. 물론 각자의 소원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순리와 상식에 의해서 질서가 있게 흘러갔으면 한다.

 ‘순리와 상식’ 참 쉬운 말이나 사심과 욕심이 과하게 되면 참으로 어려울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들이 피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자연적 논리로 접근해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선각자들의 명언들이다.

 고금의 여러 책에서 좋은 글들만 모아 편찬한 명심보감(銘心寶鑑) 천명(天命)편에는 맹자(孟子)의 어록이 수록돼 있는데 선행을 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천도(天道)의 증언이 담겨 있다. 하늘은 착한 자를 권장하고 악한 자를 징계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인간의 윤리를 관장하며 선을 지키고 악을 버리는 것이 하늘의 진리이자 하늘의 명이며 이것이 순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맹자께서는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하늘에 순종하는 자는 살아남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 는 뜻으로 세상의 이치에 역행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2017년 정유년을 돌이켜보면 다른 그 어느 해보다도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우선, 나라 밖으로는 수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 도발과 이에 대응한 ‘화염과 분노’, ‘완전파괴’와 같은 군사옵션의 행동을 내포하는 극단적 발언들이 우리의 마음을 긴장하게 했으며 미국·러시아·일본·중국 등 대외 협력에 있어서도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한 이해 당사국 간의 견해 차이로 외교 정책상 많은 혼란을 야기시켰다.

 또한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 등이 있었으며 국내 현안으로는 탄핵정국과 대통령 선거, 적폐청산 등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현실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대의 민주주의로 포장한 중앙정치권에서는 국민의 대표임을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외면한 채, 정치적 당리당략에 따른 이해득실만 계산하기 바빴다. 그리고 민생에 온 힘을 다 쏟아 부어도 부족한 현 난국에서 헌법과 관련 법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당파의 의견에 따라 민생을 등한시하고 극한 대립으로 양분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치권에서도 지역주민의 목소리와 시급한 지역 현안 사항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중앙당의 지시와 중앙정치를 모방한 정치싸움으로 지역경제는 침체됐으며 주민들은 더욱 곤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세상에는 제반 법규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는 ‘순리와 상식’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사회에서 올바른 윤리의식과 가치관이 있다면 덕은 자연스럽게 생성될 것이고 어진 사람이 나타나 지혜와 소통으로 그 사회를 다스리게 되며 만약 올바른 도덕관과 가치관이 없다면 힘이 세고 커다란 집단을 소유한 자가 권력과 무력으로 그 사회를 강제로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는 없으며 순리는 자연의 법칙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이다.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 것이고 팥을 심으면 팥을 얻는 것이다. 콩을 심어 놓고 황금나무 싹이 자라서 황금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순리가 아니며 상식의 금도를 넘은 억지이며 욕심인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거의 승리와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부정을 행한다면 그것은 ‘순리와 상식’을 벗어난 행위이며 맹자의 말씀대로 ‘역천자망’(逆天者亡) 즉 하늘이 내려준 순리를 거역하였기에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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