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을 알아가고, 이해해 나가는 것입니다." "교육자는 자신이 곧 아이들과 한 몸임을 알고, 항상 같은 눈높이에 서있어야 합니다."

박융수(52·부교육감)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은 본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2014년 12월 30일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부임한 그는 벌써 3년째 인천에 있다. 2016년 말 교육부로 복귀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청연 전 인천시교육감이 뇌물수수로 법정구속되면서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박 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차기 교육감 선출 전까지 인천교육 수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역대 최장기 교육감 권한대행’이라는 기록도 얻게 됐다. 다음은 박융수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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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기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으로서의 소회는.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해 2월 교육감이 법정구속 된 후 권한대행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다. 힘들었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인천교육과 교직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 같아 다시 마음 다잡았다. 우리가 구멍난 난파선이 된 입장에서 전복되는 것보다 구멍 난 배를 빨리 복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복구된 배로 어떻게 항해를 잘할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다행이 인천교육가족들이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어려움이 결실로 돌아왔다. 도림고도 갈등 속에 교육청 예산 한 푼 들지 않고 이전하게 됐다. 전국 시·도에서 가장 교육예산이 많이 늘어난 교육청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고교무상급식 전면 지원도 큰 성과였다. 이 모든 것이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인천시교육청 등이 협업해 인천교육 발전의 밑거름을 다졌다는 것에 지난 1년여의 권한대행 시간을 평가하고 싶다.

- 지난해 가장 큰 현안이 도림고 이전과 고교무상급식 지원이었다. 이들 사업들의 지속성 확보 방안은

▶많은 갈등을 초래하면서 진행됐던 도림고 이전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의까지 통과해 사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도림고 이전은 지자체와 협업을 통한 모범적인 학교이전 모델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말 고교무상급식이 극적으로 시와 합의점을 찾으면서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당시 시와 교육청이 예산 분담을 어렵게 합의할 때 가장 크게 강조한 부분이 ‘정책 연속성’이었다. 이에 따라 합의에서 나온 모든 내용을 녹화하고, 문서화하기로 했다. 시장과 교육감의 협의가 아니라 기관과 기관의 합의로 이뤄진 만큼 쉽게 파기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 올해 인천교육의 가장 큰 현안과 방안이 있다면

▶그동안 인천교육 현안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본다. 올해는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로 일단은 현상 유지로 갈 것이다. 교육 현안은 보통 1~2월에 인사, 예산 및 집행, 연중 계획수립 등이 모두 마무리 된다. 그래서 현상유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현상유지라면 학교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습하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교장·교감 등의 도출행동으로 징계 요구가 많았는데, 이 역시 탈 없이 잘 마무리될 것이다. 7월 새 교육감이 부임하면 추가적으로 공약과 관련한 사업을 이어가면 된다. 아울러 학교·지역 간 엄연히 존재하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 완화를 위한 교육균형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부터 5년 간 111개 학교를 대상으로 17개 사업에 총 1천23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사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겠다.

- 올해 6월에 있을 인천시교육감선거에 박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에 시민들 관심이 많이 쏠려 있다. 그에 대한 입장은

▶솔직히 내가 교육감을 하고 싶어서 출마를 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내가 교육감이 된다는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더 긴장되고, 더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일선 학교장과 일부 교육관계자들이 이 전 교육감 구속 이후 불안했던 인천교육을 권한대행으로 1년여 동안 잘 이끌어 안정화시킨 공을 높이 평가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의 주장은 ‘인천교육의 변화다. 그동안 진보·보수로 나뉘어 분열을 일으켰고, 교육감의 비리와 교육감 당선 진영의 보상 요구 등으로 매 번 어수선했던 인천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1년여 동안 저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저를 나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이 분들이 투표권이 있는 인천시민들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

앞으로 시민들을 표준화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래도 박융수가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것은 시민들의 ‘명령’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인천 시민과 인연을 맺은 제가 시민의 명령을 저버린다면, 이 또한 지난 3년 동안 인천에서 참교육을 하겠다고 발 버둥 쳤던 저의 행동들이 허세였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명령이 있다면 내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한 번 그 명령을 따라보겠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가 뜬다고 내가 당장 나가겠다고 밝히는 것도 주제 넘은 짓이다. 아마 저의 출마 여부 결정은 다음달 말이나 3월 초에 정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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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교육감선거 제도에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감선거는 직선제를 유지하되, 선거공영제로 가야 한다. 정당 지원도 없고 정치인도 아닌 교육감 후보가 정치인들과 똑같이 선거하다 보니 과다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전국 교육청이 교육감선거 때문에 낸 비용이 2천억여 원이다. 이것 때문에 교육행정에 쓸 예산을 못 쓰게 된다. 결국 교육감선거는 일반선거와 달리 정책선거로 가야 한다. 홍보전 선거보다 후보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고, 그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참다운 교육 수장을 판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내가 교육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2022년 선거에서는 반드시 교육감선거 제도를 바꿀 수 있다.

- 끝으로 인천교육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2018년 저와 우리 교육가족의 과제는 인천의 40만 아이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그들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미래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끄는 것이다. 우리 인천의 교육가족들은 ‘자강불식(自彊不息)’의 자세로, 모든 아이들의 사회적 부모로서 책임과 정성을 다하는 교육서비스,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을 흔들림 없이 그리고 당당하게 만들어가겠다.

지혜롭고 안정된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는 인천교육정책을 추진하고, 교육 현안을 적시에 합리적이면서 현실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다시금 부탁한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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