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에 이어 북한이 우리 정부의 고위급 회담 제의를 수락해오면서 남북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간 전화통화를 통해서 한미 양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과 일부 겹치는 연합군사훈련을 행사 이후로 연기하기로 하면서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새해 첫날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2일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고위급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하고, 3일 북한의 판문점 연락 채널 재개통, 4일 한미 정상의 연합군사훈련 연기 합의, 5일 북한의 회담 수락에 이은 6일 고위급회담 참석 명단 통보에 이르기까지 9일 예정된 고위급 회담을 위해 연일 긴박한 움직임이 남북 간에 계속되고 있다. 남과 북이 공식 소통 채널을 공식적으로 확보하고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 마무리 작업 중인 것이다. 남북당국회담으로는 2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지만 본격적인 대화로 본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래 9년 만의 일이어서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는 남북 양측에 있어 실로 너무도 크고 중대하다. 이번 회담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 위원장이 회담 성사를 위해 전면에 나서기까지 당국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이를 중차대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회담은 장관급 수석대표가 마주 앉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서울의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의 김정은 위원장 간 의사소통을 대리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당국과 회담 참석자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한 양보나 과한 요구를 하기보다는 신뢰를 쌓아 점진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선 조율 가능한 의제에 집중함으로써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회담의 일차적 목표는 북한 선수단이 함께한 가운데 평창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는데 두어야 한다. 북한 당국과 회담 참석자들도 "지난 시기 북남관계의 전 과정은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절대로 이룩할 수 없으며 쌍방이 민족공조를 지향해 노력할 때에만 관계개선에서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해 주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강조했듯이 남북공조에 기반한 관계개선 의지를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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