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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
진부한 표현이지만 2017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2016년 말에 시작해 2017년에 완성된 촛불혁명은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승리였다. 촛불혁명은 또 다른 4·19, 또 다른 6월혁명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으로 믿는다. 허겁지겁 치러진 조기 대선 이후에 나라 밖으로 북핵문제나,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계속되었고, 포항의 지진이나 제천의 화재와 같이 나라 안의 불행한 일들도 있었다. 우리와 관련된 국제정세는 아직도 밝지 않아 새로운 2018년도 쉽지만은 않겠지만 국민의 지혜를 모아 부디 대한민국의 만사(萬事)가 형통(亨通)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2018년 올해 우리나라가 앞두고 있는 중요한 숙제는 개헌을 준비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미 개헌특위를 구성하여 개헌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의 촛불혁명이 권력자가 어지럽힌 헌정 질서를 국민이 정리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면, 곧 87년 체제의 시대정신을 되살리는 과정이었다. 2018년에 준비하는 개헌은 87년 체제를 딛고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고민하는 과정일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주권과 통치구조를 규정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국가의 최고법이다. 헌법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 결단의 산물이며, 사회적 통합의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다른 법률은 국회의원이 제정하거나 개정하지만, 헌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돼 있다. 국민들 모두 주권자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관심과 참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각계각층의 의견과 갈등을 토론과 타협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바른 모습이다. 정치인의 역할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토론의 장을 열어주고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져 개헌정국을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지리하고 무익한 이념 논쟁, 색깔논쟁이 개헌논의 과정의 모든 생산적인 쟁점을 잠식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문구 몇 개 때문에 중요한 기본권이나 통치구조의 개정에 쏟아져야 하는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될까 두렵다. 최근 국회 개헌특위 권고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반응은 이런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헌법 개정이 가지는 역사적 무게를 고려해 정치권과 언론은 모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2018년에 예정된 또 하나의 숙제는 지방선거이다. 지역의 정계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지방선거는 시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해 자치적인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중앙 집권화된 정부를 견제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적지 않은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지게 됐고, 점차 지방분권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항상 정당공천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해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지방 선거제도에서 정당 공천은 아주 중요해서 구의원 선거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본선거보다 정당 공천이 더 중요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공천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공천 과정에서 정당의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정당의 지역위원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

 소위 말해서 줄을 잘 서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에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심지어 현역 의원들마저도 지역위원장과 상하관계가 형성돼 버렸다. 정당에서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정당과 지역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공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나 중앙정치와는 독립해 운영될 필요가 있다. 정당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기속이 너무 강하면 정당독재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의견은 기초단체의 경우에는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기초단체의 경우 중앙정치과 독립하여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것이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더 살릴 것으로 보이며, 기초의원들이 정당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일도 없이 순수하게 지역현안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18년도 2017년 못지않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또 많은 일이 있겠지만 우리 앞에 놓인 숙제를 잘 준비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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