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초 운동권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해 프락치로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소위 `녹화사업'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82년 8월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문서에 따르면 80년대 초 `녹화사업'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드러내는 정황이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문서를 처음 공개했다.
 
진상규명위는 “국방부 실지조사를 통해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이 82년 7월 `상부지시 (특)사항'이라는 지시를 육참총장에게 내렸고 여기에는 문제사병 전방근무 유도 및 전방부대 문제사병 후방근무 지양 등의 지시사항이 있었다”며 “육참총장은 이에 대한 조치로 `신원조회 관계자는 지구보안부대와 협조, 소속부대에서 최대한 활용'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보고문건이 올라간 시기는 후암동 대공분실에서 보안사 군무원들이 근무했고 실제 관련조사가 이뤄졌다는 진술이 나온 때와 일치하는 것으로 녹화사업 도입 초기의 준비과정을 밝히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이와 함께 강제징집·녹화사업 관련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이들의 죽음엔 모두 당시 보안사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나 군 수사기관은 의도적으로 `녹화사업' 관련성을 부인하고 모두 개인적인 비관자살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지난 83년 부대 훈련중 숨진 한영현씨의 경우 신병훈련 기간에도 1주일간 보안부대에서 심사를 받고 두달 뒤에도 서울 보안사에 불려와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으면서 자신의 진술로 운동권 조직이 와해되고 동료들이 자신을 기피하는 것을 보고 갈등 끝에 자살했지만, 군 수사기관은 불우한 가정형편 등으로 삶을 비관하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진상규명위는 “기무사의 협조거부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등 녹화사업관련자들의 조사불응 및 책임회피로 진실규명이 어렵다”며 “위원회 동행명령에 불응한 두 전직대통령에 대해 각각 1천만원과 700만원의 과태료를, 실지조사를 거부한 기무사와 국정원에 대해서도 기관장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