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다. 절망적인 건 주요 사고들의 원인이 ‘안전관리 미흡’이라는 동일한 패턴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레인 사고는 작년 한 해에만 11번이나 발생하면서 20명이 죽고, 62명이 다쳤다. 기가 막히게도 사고를 낸 크레인은 모두 안전점검을 통과했다고 한다.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도 근본적인 원인은 같다. 소방 안전점검 업체가 점검을 제대로 하고, 소방 안전관리 책임자인 건물주가 시정 및 예방조치를 올바르게 이행했더라면 그와 같은 참극은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사람이 아닌 제도다. ‘안전점검을 해야 할 업체가 의뢰인(피점검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점검의 질을 추락시킨 원인’인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

 이처럼 견제장치가 무력화되면서 발생한 폐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언뜻 보면 다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5조 원대 분식회계 사건’도 본질은 똑같다. ‘을’의 위치에 있는 회계감사 업체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의뢰인(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 결국 구조조정은 지연됐고, 임직원들은 보너스 잔치를 벌였으며, 그 대가는 막대한 국민혈세의 투입이었다. 이러한 폐단은 정계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세비와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스스로 발의하고 통과시킨다. 청와대에선 아무런 견제 없이 낙하산인사를 낙점하고 투하시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은 소명의식과 선의의 의도를 갖고 좋은(?) 규제들을 만들어 내고자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이를 바꾸려는 시도조차 없는 것일까.

 적폐청산은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나쁜 제도를 바로잡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제 사람이나 진영에 대한 보복성 수사는 그만하고,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시작하기 바란다. 견제받지 않은 부조리와 부패한 권력이 바로 적폐의 본질이다. 이를 양산하는 ‘잘못된 제도와 폐단들’을 ‘견제장치의 공고화를 통해 해소’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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