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강요된’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 말만 들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날 지경이다. 구약성경에 나온다는 이 경구는 ‘괴물’들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기도 하고, 마치 ‘괴물’에게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주변인들이 무시로 입에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는 말 같지도 않은 이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엔 용량이 여전히 태부족이다. 도대체 죄가 무슨 죄란 말인가.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라 죄 자체를 죄악시하는 게 사회정의 실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길이 없다.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제3자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제3자 뇌물요구,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미수 등등.

당연한 얘기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위에서 열거한 혐의 사실을 보면서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릴 게다. 뇌물수수 등 혐의 사실 자체가 아니라 20여 가지에 이르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용인 정가에서도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특가법상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선의 이우현 국회의원이 인신구속됐다. 지역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탓에 적어도 처인구 지역에서는 정파와 무관하게 그와 직·간접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지 않은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가 진영을 떠나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야만 그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를 한 것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혹자는 그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하시도 하고, 혹자는 자신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죄를 미워하라고 강요하진 마시라. 기자 역시 그와의 인연은 결코 짧지도 간단치도 않다. 그럼에도 기자는 죄가 아니라 그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

처벌대상은 죄를 지은 사람인데 미움은 죄를 향하라고? 틀렸다. 죄 지은 사람은 미워하되 죄는 미워하지 마라.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지만 기자는 ‘사람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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