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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중기 구석기 시대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된 것과 관련, 최성 고양시장은 "지역에서 출토된 모든 소중한 문화자산을 한 곳에서 집대성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을 유치하겠다"고 8일 밝혔다. /사진 = 고양시 제공
고양시가 최근 도내동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에 대한 보존 조치를 밝힌 가운데 벽제 목암지구 내에서 출토된 백자지석 등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급유물은 ‘나 몰라’ 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목암지구 도시개발 시행사인 에스디산업개발은 관할 행정기관에 유물 출토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 발굴에 따른 사업 중단을 우려해 이를 일부러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0일 고양시와 전주 이씨 종중 등에 따르면 최근 목암지구 내에는 400여 년 간 이어져 온 전주 이씨 영성군파 종중의 집단 분묘(약 50기)가 곳곳에 널려 있다.

특히 이 곳은 조선 중기 회곽묘와 향로석 혼유석 등이 산재해 있어 장례문화와 생활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역사적 유물 출토지역이라는 평가다.

앞서 2015년에 실시된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문화재청은 사업지구 전체 면적 17만여㎡ 중 3만7천여㎡(8곳)를 보존조치 했다. 이 중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1만7천여㎡에만 자체 발굴조사를 진행한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초 분묘들이 문화재 지표조사기관에서 역사적, 지역적, 시대적 대표성이 보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부분의 분묘가 최초 매장 시의 석물 구성 및 묘역 등이 변형된 상태로 남아 있어 석물과 피장자의 연관성을 추정할 자료가 없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주 이씨 종중 측은 문제의 지표조사는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의정 출신의 분묘 주변이 보존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전면 재발굴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종중 분묘 일부를 개장한 결과, 백자지석과 300년 이상 된 만장(죽은 사람을 애도해 지은 글을 천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 등이 출토됐다.

박물관학회 한 관계자는 "지석은 죽은 사람의 이름과 생일, 죽은 날짜, 생전의 행적 등을 자기에 새겨서 무덤 앞에 묻는 것으로, 왕족의 분묘에서 출토된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행사 측은 지표조사에 대한 결과만 보고했을 뿐, 유물 출토 사실을 고양시와 문화재청에 전혀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 이씨 종중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 출토로 사업이 중지돼 장기화할 경우 시행사나 지역주택조합에서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출토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시굴조사에서 관련 법령이나 절차를 위반한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분묘 개장시 종중 관계자들이 입회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해명했다.

고양=조병국 기자 chobk@kihoilbo.co.kr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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