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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현행
무술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다음 달에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급성장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발전했으나 그동안 글로벌 경기의 장기침체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민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출근한 사무실 창문 너머로 인천 내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의자만 돌리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인천 내항! 한때는 접안할 선석이 부족해 외항에서 며칠씩 기다려야 도크로 들어와 접안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던 인천내항이 화물선의 대형화와 컨테이너화에 따라 바삐 움직이던 하역 장비들이 더디게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배후의 곡물 사이로 덕택에 수도권 먹거리를 공급하는 벌크 곡물의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언로더(Unloader)와 컨베이어벨트만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인천항과 함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수입농산물 통관 업무를 시작한 것이 어느덧 2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 공사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고 보니 공사의 절반 가까운 역사 속에서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aT는 농어업인의 소득 증진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수급안정 사업이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이다. aT는 WTO(세계무역기구)와 협정에 따라 매년 30여 만 t의 농수산물을 국영무역 방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약 67%에 달하는 20여 만 t의 곡물류(콩, 팥, 녹두, 메밀 등)를 인천항을 통해 수입하고 있으며, 곡물 수입과 관련된 제반 절차를 본인이 수행하고 있다.

aT가 수입하는 이러한 농수산물들은 국민의 식생활과 직접 관계가 있는 중요한 품목이다. 다만 공산품과 달라서 부패하기 쉽고, 부피가 커 유통비용이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불어 경작지가 광범위하고 매년 기후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수급관리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시장의 수급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aT 역할의 중요성은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인천항으로 도입되는 20여 만 t의 정부 수입 비축물자는 2014년까지는 대부분 일반 선박(벌크선)으로 인천내항을 통해 수입해왔다.

 하지만 2015년 6월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이 개장하면서 수급 여건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하역과 운송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컨테이너 운송이 확대된 것이다. 인천신항 개장 이후 aT인천지역본부는 신항의 시설 여건, 물류실태 조사 등을 거쳐 수입콩 및 기타 곡물류를 컨테이너 운송 방식으로 전환하고 물량을 점차 확대함으로써 신항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 수입 비축물자의 효율적인 통관과 운송이 이뤄지면서 인천신항 개장의 시너지효과를 낸 것이다. 작년의 경우 과거에는 부산항으로 수입되던 미국산 컨테이너 수입 콩을 포함해 총 4만t(컨테이너 2천200TEU)의 곡물을 인천신항으로 도입하면서 물류 경로를 합리화했고, 이를 통해 인천지역 물류 기업들이 약 7억 원 정도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부산항으로 집중된 컨테이너 물량이 인천신항으로 옮겨져 도입되면서 하역·운송 지연으로 발생했던 직접적인 추가 비용을 낮추고 육상 운송으로 인한 환경적·사회적 간접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는 점도 보람을 느끼는 대목이다. 화물선의 대형화와 컨테이너화는 물류환경 변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현재의 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점차적으로 선석을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aT도 정부 수입비축물자 물류의 효율성을 높여 수도권의 대량 수요처 물량 공급에 대응하고 품목의 다양화 및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인천신항 활성화에 적극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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