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버스정류장 이용시민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바람막이 천막이 애물단지 전락했다. 인도 폭을 고려하지 않아 오히려 통행을 방해하는 데다 바람에 취약해 쓰러지기 일쑤다.

11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각 구에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바람막이 천막 200여 개를 배포했다.

▲ 사진제공=인천시 서구
▲ 사진제공=인천시 서구
천막은 겨울철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찬바람이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자 4천4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했다.

하지만 설치한지 채 한 달도 안 돼 각 구에서는 바람막이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남구 등 원도심 지역은 도로 폭이 일정하지 않아 바람막이 천막 설치 자체가 어려운 곳도 있다.

동구는 현재 배부 받은 천막 27개 중 7개만 설치해 운영 중이다. 되도록 많은 곳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버스정류장이 위치한 인도마다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설치를 포기한 것이다. 연수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시에서 배부한 천막 38개 중 8개만 설치했다.

설치를 하더라도 강풍이나 폭설에 취약한 구조로 사고 위험도 따른다.

실제로 지난 8일 오후 남구 숭의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는 천막이 바람 때문에 도로로 날아가 보행자와 운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결국 남구는 안전을 위해 설치했던 천막 9개 중 7개 철거를 결정했다. 중구도 지역 내 천막 19개 중 연안동 등 바람이 거센 지역에 설치된 6개를 철거하거나 이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 관계자는 "바람을 막아야 하는 천막이 오히려 너무 허술하고 크기 조절도 불가능해 설치와 운영이 쉽지 않다"며 "설치하지 못한 천막은 그대로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처음 진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번 주 월요일부터 각 구의 바람막이 천막의 상태를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인턴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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