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현 정부 들어 많은 관료들이 시장을 무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처신하는 것 같다. 지난주에도 그러한 일이 두 건 일어났는데, 첫번째가 강남발 부동산 사태였다. 그동안의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아예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세청이 부동산 거래에 대한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서 단속을 강화하며,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이 급증한 금융회사를 집중해서 점검키로 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건 과연 ‘강남 집값이 잡히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가’이다. 왜 ‘공급’ 기능은 놔두고, 이렇게 ‘수요’ 부분에만 가혹하게 메스를 들이대는 것인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두번째는 가상화폐 시장의 혼돈이다.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사달이 났다. 박 장관은 "가상통화는 거품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심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거래 형태"라며, "가상통화 거래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가상통화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는 건 문제점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3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일주일에 수십조 원을 거래하는 상황이 올 때까지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그리고 무슨 근거로 법 전문가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인 가상화폐 시장과 4차 산업혁명이 무관하다’고 단정해 버리는가.

 결국 이날 사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비난성 댓글이 폭주하자 "박 장관의 발언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한발짝 물러서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일 가상통화 시세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 폭탄으로 급등락을 거듭했고, 비록 의도하진 않았을지라도 정부 스스로 시장의 가격을 교란한 꼴이 됐다. 이로써 향후 제기될 투자자의 피해나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및 지하화 책임 등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듯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혹은 거래 행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되면 더 큰 부작용만 생긴다. 가격 결정은 시장의 몫이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보완하는 식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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