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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문화재단의 문어발식 몸집 늘리기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해를 마무리할 연말에 인천시도 몰랐던 ‘인천뮤지엄파크 건립 추진을 위한 어젠다 발굴 세미나’를 개최했다가 구설에 오른 거다. 세미나야 재단에서 못할 리 없지만 시가 이미 8월에 ‘(가칭)인천뮤지엄파크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11월 초에 현장 용역설명회까지 마친 터다. 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세미나다 보니 중복 논란에 별의별 억측도 난무한다. 재단의 세미나가 유독 시립미술관 운영 방향에 맞춰져 있어 운영 위탁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거다. 당사자만 아는 일이니 속단하긴 힘들다.

 인천문화재단의 몸집 늘리기 논란은 연초에도 계속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의 기능 중복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문화재단 산하의 ‘강화역사문화센터’를 ‘인천역사문화센터’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중복 논란에 휩싸인 거다. 변경 이유가 강화역사문화센터의 기능을 인천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라면 기존 시립박물관이나 시 역사자료관으로도 가능하다는 거다. 애초 고유 기능이 다른 강화고려역사재단(강화역사문화센터 전신)을 문화재단에 통폐합한 것부터가 잘못된 행정이었다는 지적도 인다. 문화예술 지원 기관이 역사까지 연구·조사하는 꼴이다. 이쯤 되자 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문화재단, 문화시설관리공단?

인천문화재단은 2004년 지역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출범했다. 시로부터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2010년까지 1천억 원의 적립기금을 조성하는 조례도 제정했다. 특히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한 재단의 역할은 지역 예술창작 활동 지원,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개발과 기금조성·운영 등을 수행하는 거였다. 비록 정치적 상황 변화로 적립기금의 목표가 부침을 겪었다 하더라도 문화재단의 애초 설립 취지가 바뀐 건 아니다. 한데 출발이 남부럽지 않던 문화재단이 시 산하 문화 기반시설 및 기관을 도맡아 위탁운영하자 독립성 및 정체성 논란에 휩싸인 거다.

 2008년 4월 시는 이명박 정부의 ‘작고 일 잘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세운 ‘공사·공단(민간)위탁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종합문화예술회관, 시립박물관, 시립도서관 등 문화기반시설은 문화재단에 위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문화단체는 기초적인 공공 서비스가 훼손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행정 경영에서도 공공기관의 정부 직영, 민간 위탁, 민영화를 결정할 때 필수성과 선택성, 공익성과 사익성 등을 잣대로 검토하지만 새 정부의 공무원 인력 감축 방침이 완강하다 보니 소수직렬을 희생양으로 삼은 거다. 힘없기는 매한가지였던 문화재단도 성격이 맞지 않는 공공도서관을 위탁받았다가 혼쭐이 나지 않았던가.

# 늘어난 문화시설, 운영주체 세워야

힘없어 위탁을 받건, 욕심이 앞서 위탁을 받건 문화재단의 설립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 오히려 늘고 있는 문화기반시설의 제대로 된 운영 방향 및 운영 주체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때다. 뮤지엄파크만 하더라도 필수성과 공익성이 높은 시립박물관, 시립미술관이 입주함은 물론 사익성에 따라 할지 말지 선택하면 되는 문화산업시설 및 예술공원 등도 들어서기에 운영 주체 선정이 복잡하다. 문화재단 등이 수탁한 꽤 많은 시설과 곧 개장할 인천아트센터 등도 함께 놓고 보면 매우 시급한 현안이다. 정말 위탁관리가 불가피하다면 아웃소싱, 민설공영, 운영위탁 등을 열어놓고 생각해봐야 문화재단의 제자리 찾기가 시작된다.

 한편, 인천역사문화센터는 원칙 없는 통폐합이 낳은 미아(迷兒)다. 자신의 역사만큼 필수적이고 공익적인 게 없으니 본래의 소속을 찾아줘야 한다. 게다가 시립박물관을 키우듯이 시 역사자료관도 인력을 확충해 역사 조사·연구 등의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 인천 주권 찾기의 첫 출발이다. 인천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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