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의 ‘홍보물 발행 및 배부에 대한 제한조치’를 우려해 자치단체들이 소식지 내용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구청 소식지를 보고 있다. (사진의 소식지는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지역 일부 기초단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체 발행 소식지의 검열을 의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법 위반여부를 판단할 선관위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담당자가 보는 시각에 따라 위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선관위에 사전검열을 자청하는 모양새다.

15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 선거 180일 전 ‘공직선거법 안내’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한다. 내용은 지방자치단체 홍보물 발행 및 배부 제한에 관한 법규 요약과 제한내용, 허용·금지 사례 등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지자체의 사업계획 및 추진 실적, 활동 상황을 발행, 배부, 방송할 수 없다.

문제는 선거일 180일 이전부터 셀프검열이 계속돼왔다는 점이다. 각 구는 자체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1~2회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주의 또는 경고를 받는다. 단체장의 치적이 게재되거나 활동이 부각됐다는 이유다. 지적을 받은 구는 자체적으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선관위에 사전 검열을 의뢰한다. 유신 때나 5공화국 시절에 있었던 사전검열을 지자체가 스스로 검열을 의뢰하는 셈이다. A구는 홍보물을 통째로 선관위에 맡겨 전체적인 검열을 받는다. B구는 문제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의 검열을 맡기고 있다. C구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원고 자체를 빼 버린다.

이 같은 문제는 선관위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 근거인 법령은 자치단체장의 행정행위를 제한하면서도 각 사안에 따른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위반 해석은 담당자의 주관에 따르고 있어 각 구마다 다른 판단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각 지자체는 선관위의 눈치를 보게 돼 정작 주민들이 가장 큰 관심인 지역의 각종 현안과 사업추진 상황, 청장의 공약 이행 내용 등은 담아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구정 소식지의 질(質)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에 저촉이 될까봐 구정 소식지 제작을 매우 소극적으로 하게 된다"며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담지 못하거나 시간이 많이 지나 공지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선거법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절감하고 자체적으로도 조심하고 있으나, 사례별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주요 정보는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에 대한 치적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홍보물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