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융은 유학자로 권력을 조롱하거나 명쾌한 변설로 많은 이들을 감탄시킨 인재였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변화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실용주의자 조조는 천하의 명사인 그를 고위직에 임명했으나 진실로 그의 능력을 중시한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얼굴 마담이랄까.

 한번은 조조가 군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금주령을 내렸는데 공융이 ‘술이 나라를 어지럽힌다고 금지한다면 여자 때문에 천하를 잃은 자가 있는데 어찌 여색은 금지하지 않는가’라고 조롱했다. 결국 그가 재판에 회부돼 죽게 되었다. 그때 아는 사람이 집으로 달려가 공융의 아들들에게 피신할 것을 권했다. 그 아비의 아들이랄까. 공융의 아들이 태연히 대꾸했다. "둥지가 부서지는 판인데 알인들 온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비와 함께 처형당했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은 재주가 용한 건지, 생존력이 뛰어난 건지 둥지가 부서져도 잘들 살아남아 이 둥지 저 둥지로 옮겨 다닌다. 철새 정치인들이 판을 치며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 든다. 오호통재라! <삼국지리더십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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