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사물을 보고 판단하거나 표현을 할 때 비슷할 수는 있어도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 농민들의 시위 장소를 찾았다. 집회 신고대로 하지 않았다는 경찰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시키는 대로 이행한다. 그동안 많은 집회 장소에 취재를 갔지만 이처럼 고분 고분하게 말 잘 듣는 시위대는 처음 본다. 집회 신고를 한 대표자를 만나 배경과 목적에 대해 듣고 함께 취재를 하던 다른 신문사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이천시의회 의원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간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다 집회와 관련된 기관의 관계자가 "법대로 집행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취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내면서 몇 마디 더 이야기하다가 나가 버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적인 질문이 이어지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질문과 취조를 구분 못하는 것인지 자리를 회피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그의 행동은 공직생활을 했던 내가 봐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보면 그렇게 거칠거나 큰소리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생각이 온전히 옳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그는 민원 해결보다는 무조건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보여졌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고위 공무원이 됐는지 의문이 간다.

 나는 법대로 일을 열심히 하는데 민원인과 욕하며 싸우는 사람보다는 업무는 법대로 집행하고 민원인을 설득시켜 웃으면서 보낼 수 있는 공무원이 능력 있다고 생각한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욱더 그런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촛불민심으로 우리나라 지도자까지 바뀌었는데도 국민을 무시하고 고압 자세로 대하는 그런 공무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을 욕되게 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공무원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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