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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지난해 6월 13일 오후 4시 40분께 강원도 철원의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병인 A씨는 귀순할 목적으로 북측 철책선을 넘었다. A씨는 비확인지뢰지대인 비무장지대(DMZ)를 한 시간 넘게 포복으로 이동해 군사분계선(MDL)까지 접근했고, 넘기 전 귀순 의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아군GP(Guard Post)의 주간초소를 향해 5분간이나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A씨는 GP와 GP사이를 잇는 추진철책까지 계속 손을 흔들며 소리도 지르며, 휴대한 쇠톱으로 철책을 긁거나 두들겨서 ‘챙챙챙’소리가 들리도록 필사적으로 귀순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군 GP 주간근무자는 왔다갔다만 하고 알았다는 신호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추진철책의 통문을 발견하고 자물쇠가 헐겁게 채워진 통문을 발로 찼고, 벌어진 틈으로 쉽게 추진철책의 통문을 통과했다고 하니 A씨의 증언대로라면 아군의 GP 근무실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튼 대낮 오후 4시께 북한군이 북방한계선(NLL)과 MDL을 넘을 때 몰랐고, GP추진철책 통문이 GP로부터 400m 거리인데 통과할 때도 몰랐으며, GP초소 50m 정도 접근할 때도 몰랐다니 이것은 ‘경계실패’이고 ‘경계군기가 엉망’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선 DMZ 내에 위치한 GP는 유사시 포병 화력을 유도하기 위해 관측장교와 대북심리전 방송요원 등으로 증강된 1개 소대 규모 30여 명을 GP소대장(중소위급)이 지휘하고, 최전방 벙커진지에서 오직 적정을 경계감시하는 임무위주로 독립적 근무를 한다.

GP의 근무 환경은 첫째, 낮에도 전혀 인위적인 소음이 없는 ‘적막한 상황’으로 청각으로도 경계가 가능해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면 들을 수밖에 없다. 둘째, 6월의 여름에는 녹색의 단일색채로서 움직이는 속옷 차림의 인체는 즉각 발견할 수밖에 없다. 셋째, GP가 DMZ 내 상대적 고지에 위치해 하향경계 방향이기에 움직이는 물체는 쉽게 발견할 수밖에 없다. 특히 GP내부에서 포대경(砲臺鏡)으로 NLL 이북지역의 적정도 지속적으로 중복 관측해 기록하도록 시스템이 돼 있으며, 야간에도 특수장비를 이용해 사주경계 근무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귀순상황을 초기부터 상황이 유지되면서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귀순을 유도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경계 실패이자 GP 군기강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군에 따르면 우선 당시 안개가 심하게 끼었고, 낙뢰가 쳐서 물리적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기가 어려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반면에 귀순병은 당시 여름이어서 해가 오래 떠 있었고 전방 시야도 좋았다고 증언한 점과 심각한 차이가 있다. 귀순병은 GP 50m 전방에서 발견한 아군 GP장의 러닝셔츠 복장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시간에 러닝셔츠 복장은 야간투입 근무준비를 안하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반증이다.

합참이 공개한 CCTV 자료는 19시45분 GP동쪽 200m 지점에서 A씨를 최초 식별했고, 19시46분 GP감시장비로 A씨를 확인했으며, 19시47분에 수하해 19시54분에 신병 확보했다는 물증을 제시했으나 A씨의 진술과 불일치하는 점이 많아 재조사의 필요성이 있다.

우리 육군은 12개의 전쟁 원칙을 선정해「지상작전」교범에 기술하고 있다. 특히 ‘경계의 원칙’은 기습을 방지하고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며, 적의 정보 활동을 거부하는 대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기의 명장 맥아더 원수는 "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만큼 경계의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 아닌가?

지난해 6월 군의 경계 실패는 절대로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되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철저한 재조사가 있어야 한다. 군대의 존재가치는 적으로부터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 경계(불침번)를 철통같이 서라는 것이지 총들고 졸고 잡담하다가 적의 기습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치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경계에 실패한 군대는 용서해서도 용서받아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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