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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소방관을 응원하자.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으로 소방당국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소방관을 질타하는 여론이 넘쳐났다. 냉정하게 여건과 지원시스템을 살펴보고 난 다음, 야단을 쳐도 쳤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방송이나 신문을 보고 그 사건을 이해한다. 그렇다면 정직한 언론의 취재와 사실에 근거한 정론(正論)을 펼치기 부탁한다.

 사진 한 장의 효과는 한 면의 글보다 강한 전달력이 있다. 사진과 함께 사실에 근거한 사진이 게재돼야 한다. 소방관의 체력은 특공대를 넘어서야 하며 야근은 필수, 여름과 겨울뿐만 아니라 사계절마다 화재와 다른 업무의 연속이다. 소방관에게는 국가가 부르면, 국민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는 사명감으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봄부터 산불 예방 계도나 홍보 및 캠페인까지 그들의 몫이다. 여름에는 해양경찰과 더불어 구조 활동, 가을에는 벌집제거와 열쇠가 없는 집에 사다리차 동원 등 민원의 현장에서 경찰과 함께 신고된 모든 일까지 소방관의 몫이다. 겨울철 건물의 고드름 제거까지 소방관들이 한다. 거기에 장난 전화도 그들을 괴롭히는 업무 중 하나이며, 항시 긴장의 대기 상태란다.

 제천의 스포츠센터에 도착해서 진입로 확보와 가스통 폭발 문제, 현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불법주차 그리고 현장의 상황이 미처 전달되지 못한 상황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다 한다. 불법주차 때문에 현장 도착이 지연되고 골든타임을 놓치기 다반사라고 한다.

 또 하나, 화재발생 시 소방관의 부상은 국가가 책임지는가의 문제이다. 아직도 건강보험공단과 싸우는 수많은 소방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가 부르면 달려가는 소방관에게 병원비를 걱정하면서 화재현장에 출동한다. 고층아파트가 많아질수록 소방헬기가 필요할진대 전국에 과연 소방헬기나 사다리차가 충분한가의 문제이다. 그러면 또 소방헬기 공무원의 인건비, 예산이 있니 없니, 언제까지 예산 탓만 하면서 또 다른 골든타임을 놓치려하는가. 소방관이 정말 제대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미흡한 초기 대응이 있었다면 그것은 혼내고 야단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소방관 여건은 인력부족, 장비부족, 예산부족, 사고 후 치료의 문제와 가족의 생계 걱정 등 첩첩산중이다.

 자신이 제 몸을 돌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족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러한 소방관의 열정에 언론과 정치인, 그 주변 상황들이 힘든 근무환경을 개선하지도 않고 여론의 뭇매를 소방관들한테만 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자.

 정말 예산도 빵빵하게 지원하고(외국처럼 최첨단의 장비로 무장하고, 화재 현장에서 적외선 방독면도 쓰고. 손전등도 수십 미터 앞을 비추는 것으로 교체해 주고. 방화복도 최첨단 소방복으로 바꾸어주고, 불법주차는 소방차로 밀어붙여도 국가가 책임 소재를 책임지고, 소방관은 화재 업무에만 집중하고, 화재원인과 브리핑은 한번만 방송에서 하고, 불법건축 허가한 사람이 있다면 처벌하고 등등) 화재진압을 원활히 하는 여건을 마련한 다음, 소방관의 골든타임 미흡 조치를 야단치면 안 될까? 불법건축과 불법주차는 지역단체의 책임 소재와 법을 만들지 못한 입법부, 그러한 조치를 제대로 안한 행정부의 직무유기는 없었는지 짚고 가자.

 소방관에게 응원을 보내자. 당신의 노력이 화재를 줄이고 더 큰 사고를 막았다고. 소방관이 용감하게 화재진압에 몰두하는 제도적 시스템을 이제는 사법· 행정· 입법부가 마련해야 한다. 야단은 거두고 골든타임을 지키는 소방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도 넉넉히, 어깨도 토닥토닥, 박수도 보내고, 상도 주면서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칭찬 좀 하자. 더 큰 화재를 막아줘서 고맙다고, 물도 나눠 주고 먹을 것도 나눠 주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

 가성비 좋은 우리나라 소방관, 1인 3역이 아니라 1인 다역을 해내는 소방관들 어깨를 다독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폼 잡는 정치인보다 현장에서 숯 검댕 당신의 얼굴에서 희망을 보는, 골든타임 시스템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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