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읍사무소 맞지예? 이불 55채 보낼 테니까 경로당에 하나씩 나눠 주이소."

올해 1월 초 장호원읍사무소 맞춤형 복지팀에 정체불명의 할머니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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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이불할머니’라고 밝히며 오래 전 잠시 장호원에 머물 때 알고 지낸 소녀가장이 있었다며 장호원읍과 인연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이불 55채 보낼 테니까 경로당에 하나씩 나눠 주이소"라며 기부 의사를 밝히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의구심이 든 직원은 인터넷 등을 검색해 봤다.

그 결과 오래전부터 이불을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한 경북 칠곡에 거주하는 정억순 할머니(81)였다.

할머니는 50여 년 전부터 이불이나 베개 등 침구류를 불우 이웃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해왔고 할머니가 살아온 경남 양산지역에선 ‘사랑의 이불 할머니’로 통하고 있었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경남 양산에서 수십년간 침구점을 운영해 왔기에 할머니가 이불이나 방석 등을 만들어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경북 칠곡에 ‘화랑선원’을 만든 뒤 사회봉사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추운 겨울 경로당 어르신들께서 아무쪼록 따뜻하게 겨울을 나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한편, 이상년 장호원읍장은 "뵌 적도 없는 어르신께서 연고도 없는 장호원에 이불을 기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어르신의 따뜻한 정성으로 경로당 어르신들이 따뜻하고 건강하게 겨울을 나게 됐다"며 "정억순 어르신께서 기회가 되신다면 장호원에 꼭 한번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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