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내항이 점차 경쟁력을 잃자, 외항을 만들고 내항을 재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꽤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천항 주변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시민들과 지역 항만 업·단체들이 이해관계에 얽혀 다투는 사이 내항 재개발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와중에 해양수산부는 다음달 중 ‘인천 내항 전체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이다.

1·8부두 뿐만 아니라 내항 전체를 어떻게 재개발해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 보겠다는 목표다. ‘인천항 종합 발전계획’에 십 년 넘게 묵혀뒀던 계획이 이제야 첫 걸음을 떼는 모양새다.

지역사회는 2001년 인천시 시민대토론회에서 이미 외항에 북항과 남항, 인천신항을 만들고 내항을 재개발해 인천항의 경쟁력을 높이자고 논의했었다. 현실은 제자리에서 쳇바퀴만 돌 뿐이었다.

해수부와 인천시는 지난해 8월 1·8부두 항만재개발 용역을 발주하며 연말까지 ‘지역협의체’를 꾸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겉으로는 ‘1·8부두 뿐 아니라 내항 전체를 논의할 지역협의체를 만들겠다’는 명분이나 실은 또다시 반목이 시작되고 인천항 발전은 물 건너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이 같은 걱정이 ‘기우(杞憂)’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십 수년 동안 내항 재개발이 미뤄진데다 인천신항 개장도 당초보다 4년 넘게 지연돼 2015년에야 개장했다. 그 사이 내항의 부두운영사(TOC)는 수익성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져 10곳을 1곳으로 합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해수부는 2005∼2015년 컨테이너 물동량을 뺀 비 ‘컨’ 물동량이 2005년부터 10년 동안 연 평균 5.6%씩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인천지역 항만업계는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300만TEU가 넘었다’며 대대적으로 자축 행사를 벌였다. 300만TEU를 달성했다는 인천항은 2016년 실적을 기준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항만 순위에서 47위를 기록했다.

내항 재개발 등 인천항을 둘러싼 인근 주민들과 업계의 반목으로 정체하는 동안 부산은 달랐다. 인천과 같은 갈등 속에서도 신항 조기 개장에 성공해 부산항은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2천만TEU를 넘어섰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은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5∼6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놓고 또다시 지역사회가 갈라진다면 인천항의 경쟁력을 회복할 ‘골든 타임’은 영영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맞춰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의 운영 주체를 시에 두고 내항 재개발을 추진해야 인천항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이 실리는 이유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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