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는 A씨는 지난해 ‘묻지마 폭행’을 당해 코뼈가 내려앉는 8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장 수술 등 치료비만 700만~800만 원이 필요했다. 물어물어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해준다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치료비와 긴급생계비 등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지원기준이 까다로워 오히려 가해자보다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인천지역 650여 명의 출소자들이 공단에서 추진하는 지원 사업을 통해 혜택을 받고 있다. 법무부 산하기관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출소자들에게 LH와 연계해 월 20만 원 선에서 최대 10년까지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자녀가 있는 대상자들에게는 학업지원도 해준다. 창업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최대 5천만 원을 빌려주기도 한다.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구호는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집행하는 사단법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담당한다. 센터는 피해자들의 긴급구호부터 상담과 생계비지원, 주거지원, 간병비 및 취업지원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범죄피해자가 지원받기는 쉽지 않다. 기준이 까다롭고 절차상의 문제로 정작 필요한 시기에 지원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센터에서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려면 상해 사건에서 일정 이상의 진단이 나와야 한다. 피해자와 합의를 보면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지자체와 중복 지원도 불가능하다. 조건을 충족해 피해자가 지원신청을 해도 이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월 한 차례만 열려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김망규 한국피해자 지원협회 인천지부 지부장은 "피해자 중 기초수급자는 센터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차상위계층만 넘어서도 대상자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조차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의 한 범죄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범죄로 피해를 입어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경찰에서는 민간과 함께 범죄피해자들을 돕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도움이 시급한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긴급 위원회를 열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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