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감독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두 가지다. 기존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단일팀 규모는 총 35명이 된다는 것, 경기당 북한 선수 3명이 출전한다는 것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북한 선수들이 가능하면 빨리 내려와서 호흡을 맞추자고 논의됐다"고 말했지만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북한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온다고 해도 손발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남북단일팀은 2월 4일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뒤 다음 날 올림픽 선수촌에 입소한다. 올림픽 첫 경기는 2월 10일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이다. 북한 선수 12명의 기량을 파악하기에 시간이 촉박한데다 실전 테스트 기회 역시 스웨덴과 평가전이 유일하다.

합동훈련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하면 우리 대표팀이 합숙 중인 진천선수촌이 유력하다. 훈련방식 또한 난제다. 우리 대표팀은 2014년 9월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 부임 이래 수년간 우리만의 전술과 시스템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려 왔다. 북한 선수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고, 아이스하키 용어마저 다르다.

남북단일팀 사령탑을 맡게 된 머리 감독은 지난 16일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전술을 가르치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북한 선수가 섞여서 훈련하면 우리 대표팀의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문제가 생기겠지만 따로 훈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한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남북한의 전력 차이가 크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 리그) 대회 4차전에서 북한을 3-0으로 완파했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중에서 우리 전력에 보탬이 될만한 선수는 2∼3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머리 감독이 경기당 투입되는 북한 선수 3명에게 우리 대표팀의 취약 라인인 4라인을 맡기는 것이다. 총 6명이 한 팀을 이루는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를 뺀 3명의 공격수와 2명의 수비수로 이뤄진 한 조를 라인이라고 한다. 북한 공격수 3명 또는 수비수 2명에게 한 라인을 책임지게 하면 북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호흡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우리 대표팀은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는 4라인까지 구성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1∼3라인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4라인의 경기 출전 시간은 극히 미미했다. 남북단일팀은 스위스, 스웨덴, 일본과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순위 결정전까지 올림픽에서 최소 5경기를 소화한다. 북한 선수 기량에 따라 경기마다 출전 시간을 탄력적으로 부여하면 12명에게 골고루 출전 기회를 줄 수 있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머리 감독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상황이다. 만약 북한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극히 적을 경우,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머리 감독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선수 선발 권한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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