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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제 교사. /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내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인 A씨는 최근 학교와의 계약 만료 날짜가 다가와 다른 학교의 계약직 교원 채용공고를 알아보면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소위 ‘쪼개기 계약’을 일삼는 학교들로 인해 경력증명서가 누더기처럼 지저분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이전 학교에서 뗀 경력증명서를 보면 이렇다. 처음 기간제 교사를 시작한 B공립고교에서 전년도 3월 개학일부터 이듬해 여름방학 동안 3학기 가량 근무했다. 그런데 경력증명서에는 여름방학 기간과 9월 셋째주 토요일·일요일, 겨울 방학이 근무기간에서 제외됐다.

그는 계약 당시 이를 경력에서 뺀다는 안내를 받지 못 했으나 학기 도중 학교로부터 일방적으로 여름방학 기간을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9월에 빠진 주말 이틀은 아예 설명조차 받지 못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대체로 들어간 정교사의 결원 사유와 연관지어 학교 측이 소위 ‘쪼개기 계약’을 한 게 아니냐고 짐작만 할 뿐이다. 특히 겨울방학 기간에는 이듬해 새학기 계약을 빌미로 일주일 가량 학교에 출근해 부서 업무를 수행했지만 정당한 계약을 맺고 근무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무보수로 일했다.

A씨는 "똑같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행정업무까지 동등하게 맡아서 하는데 학교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기간제 교사에게 쪼개기 계약으로 경력을 깎는 행위는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이러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심한 자괴감을 든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내 일선 학교에서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들이 불합리한 ‘쪼개기 계약’으로 설움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새학기를 한달여 앞두고 교육청이 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국 ·공립학교 기간제교사는 4만7천633명(사립학교 포함)으로 전체 교사의 10%를 차지한다. 이 중 도내는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지만 가장 관할 면적이 많아 기간제 교원 수도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도내 사립학교들은 지난 4년간 결원이 총 4천379명 발생했으나 이 중 676명(15%)만을 정규직 교원으로 충원했다. 반면 기간제 교사의 대체 충원은 2014년 641명(63%)에서 2017년 1천144명(97%)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내 기간제 교사들의 쪼개기 계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박혜정 대표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기간제 교사가 많은 지역이지만 기간제 교사의 쪼개기 계약 근절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도교육청에 이 같은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교육부에서 기간제 교사의 쪼개기 계약 근절 등 해소를 위한 권고를 내려 이를 개선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며 "다음 달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발표하면 기간제 교사에 대한 불합리한 계약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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