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남북 공동합의문이 발표된 의미 있는 날이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키로 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올림픽 개막 전 북한에서의 사전 이벤트도 추가됐다. 금강산에서 합동으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마식령 스키장에선 남북 선수들이 공동으로 훈련도 할 예정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속내를 모르는 칼 든 이웃을 옆에 두고 잔치를 벌이느니 (잠시라도 칼을 안 쓰도록) 잔치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하는 게 주인 입장에서나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찜찜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님을 전 세계 모두가 똑같이 느끼면서 걱정하지 않을까.

 같은 날 미국에서는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세계은행의 저금리 차관 공여를 금지한다’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대북 군사적 대응과 해상봉쇄 등 추가적인 압박 조치도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이러한 강경 기조가 명확히 드러났다. 미 CIA에서 밝힌 것처럼 북핵 완성 시한이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촉박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압박의 강도와 속도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한마디로 정부의 남북 간 대화 노력과는 정반대로 가는 느낌이다. 분명한 건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북핵 완성을 위해 시간을 벌어줄 절호의 기회’로 악용한다면 이는 한반도가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치닫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그럴 확률이 99.99% 이상이다. 그들은 단 한차례도 숨겨놓은 꼼수없이 선의를 갖고 대화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로선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손님들을 긴장과 불안 속에서 지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변화는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시간을 벌어 핵을 완성한 김정은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북핵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세계연합군 간 치킨게임이 시작될 때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조만간 닥쳐올 냉혹한 미래가 북한 예술단의 춤과 노래에 흐려질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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