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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담당 장관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1월 23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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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온 몸에 냉기가 퍼지는 느낌이에요."

 외로움의 심적 고통이 짧은 말 속에 담겨 있다. 영국에 외로움담당 장관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외로움을 질병으로 보고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조치로 국가가 나서서 해결을 이끌어간다는 위민정책이다.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것을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초당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국민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여야 정당의 정책 실행이 멋져 보였다.

 1인가구는 이제 우리나라 대표 가구유형이 됐다. 1990년에 9%에 불가했던 1인가구가 2010년에는 23.9%로 급속하게 증가했고 현재는 3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1인가구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모두 외로움에 빠져 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타인과의 교류가 사무적 의례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것에는 공감한다.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뉴스가 자주 뜬다. 참견하기도 싫고 간섭받는 것도 불편해하는, 관계맺음이 단절된 부작용이다. 기계가 대신해주는 편리성이 사람냄새도 빼앗아 버렸다. 예, 아니오 버튼만 누르면 쇼핑도 서류처리도 업무도 필요에 따라 선택하고 자를 수 있다. ARS 목소리가 지시하는 시스템은 일방통행이다. 대화는 물론이고 질문도 할 수 없다. 복잡한 감정노출을 피할 수 있어서 소모적이지 않다 싶다가도 기계부속품 중 하나가 된 것 같아 사람 목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영국 국민 중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900만 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한다. 외로움으로 인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1년에 3조7천억이나 된다고 영국의 기관에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도 못지않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외로움으로 힘들어 하고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로움은 매일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몸에 해롭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사회적 질병인 외로움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겠다며 담당 장관을 임명하게 된 배경이다. 국민의 외로운 가슴을 방치한 국가는 국민의 행복권을 지켜주지 못한 정치적 태만이라고 생각하는 영국의 정치인을 부러운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절대고독에 빠져 무기력해지고 자존감까지 상실해버린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누구나 환경에 의해 외로움에 빠져 좌절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노출을 극도로 억제하는 일본에서 울음모임이 생겼다고 한다. ‘루이카스’라 불리는 모임은 의식적으로 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인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눈물을 쏟아낸다. 한참 울고 나면 남들 앞에서 발가벗은 것처럼 민망하게 생각돼 극도로 꺼렸던 눈물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치부를 드러낸 부끄러움보다는 어깨에 들어간 가식의 힘을 빼 줘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편해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여성이 주였는데 지금은 남녀의 비율이 반반이 돼 20대에서 50대의 남성이 많다는 이 모임은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당함을 참아야 하는 외로움과 고민을 참가자 앞에서 속 시원하게 터놓게 되고 그러면 위로가 돼 소통이 쉬워지고 친근감이 생겨나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배려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외로움담당 장관 임명을 시작으로 기금을 만들어서 정확한 실태 파악으로 외로움을 소거해 나가겠다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눈여겨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 외롭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해 주기를 청원한다. 눈으로 확인 가능한 거창한 구조물 건설이나 이념으로 세를 확장해 움직이는 거대 조직 같은 업적이 당대 정치인을 화려하게 만든다는 생각에서 진일보해 국가와 지자체가 앞장서 소외되지 않고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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