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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018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Consumers Electronics Show)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이번 CES의 화두는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중국 IT 기업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2016년 3월에 열린 Alpha Go Lee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은 많은 국민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우려를 낳았다. 얼마 전에는 Alpha Go Zero가 바둑 규칙만으로 인간의 도움 없이 비지도학습(unspervised learning)으로 바둑을 마스트한 후에 Alpha Go Lee와의 대결에서 100대 0으로 승리해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 컴퓨터인 Alpha Go의 적수가 될 수 없게 됐다. 이렇듯 인공지능 기술은 최근에 급격히 발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이 많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 인공지능은 기술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초인공지능 또는 슈퍼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를 얘기하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케즈와일은 ‘기술적 특이점(Technical Singularity)’ 개념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가속돼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 넘는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인 특이점(singularity)’이 가까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초기 저작에서 2045년에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2029년에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수정했다.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른다’고 주장했으며, 테스라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은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항상 초인공지능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과연 인류가 초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실제 인공지능 개발에 종사하는 과학자, 기술자는 현재의 기술로는 초인공지능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초인공지능에 대한 환상은 일부 미래학자와 인공지능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의 상업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증폭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많고 험난한 지를 알고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환상을 갖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우리 생활과 다양한 산업, 농업 등의 분야에 확대 적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제2의 ‘휴대전화 기술’이 될지 한때의 유행한 기술이 될지는 세심하게 살펴 봐야 한다. 2000년대 초 누구도 손 안의 컴퓨터인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지금처럼 발전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칠지 예측하지 못했다. 현재 인공지능기술은 매우 초보적인 뉴런의 특징을 모방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서 제2의 휴대전화 기술로 도약할 수 있는가 하는 기로에 서 있다.

# 인공지능을 친구로

새로운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항상 긍정론과 부정론이 제기됐다. 인류는 부정적인 면을 줄이고 긍정적인 면을 발전시키면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 문명을 발전시켰다. 인류의 사회적, 과학기술적 진화는 스스로 자정 작용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많은 과학기술이 그러했듯이 인공지능 기술도 인류의 미래를 좀 더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망설이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오리려 인공지능 기술을 우리의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모습을 비춰 흉내내는 기술이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흉내내도록 방치한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인간의 선한 모습을 흉내내도록 한다면 좋은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도 현재의 우리 인간의 모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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