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3천여 공직자는 언제나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시는 의원님의 모습을 본받아 100만 대도시 용인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습니다."

 지난해 말 ‘용인시 공직자 일동’의 이름으로 일부 시의원에게 수여한 ‘우수정책 제안 공로패’에 담긴 문구의 일부분이다. 공로패를 받은 의원은 모두 7명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 자유한국당 소속 2명, 국민의당 소속 1명이다.

 시의원 27명 전원을 대상으로 일주일간의 평가 기간을 거쳐 선정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지만 객관적인 평가항목이나 공적사항 등은 보이지 않는다. 공로패 수여 주체도 ‘용인시 공직자 일동’이지만 관련 부서 직원들 외에는 공로패 수여 사실 자체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윗선의 지시로 탄생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공로패’다 보니 그도 그럴 것이다. 더욱 웃픈 사실은 일부 시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3천여 공직자들이 주는 상이라 뜻깊다며 ‘자랑’까지 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본질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공로패 수상자 선정의 객관성 문제나 수여 주체 따위는 표피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집행부와 시의회의 관계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잣대여야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단체장에게는 집행기관의 기능을, 의회에는 의결기관의 기능을 각각 부여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관대립형(機關對立型)이다.

 대척점에 있는 양 기관이 ‘채찍’을 주고 받는다면 모를까 평가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당근’을 주고 받는 건 누가 봐도 모양새가 요상스럽다. 의원일동의 이름으로 집행부 수장에게 공로패를 준다고 상상해 보라. 공직자들이 개인적으로 시의원을 평가하고 사석에서 안주로 삼는거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공적으로 평가하고 시상하는 일은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기왕지사 일회성으로 한 일이니 의원들에 대한 ‘평가 아닌, 평가인 듯, 평가 같은 평가’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옳다고 본다.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에게 맡기고 집행부는 시의회와 견제와 균형관계를 유지하는 데 진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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