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
윤상욱 / 시공사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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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는 전 세계의 권력자들이 역사를 정치의 도구로 이용했던 10가지 사례를 이야기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슬람 국가 IS의 등장, 시진핑과 푸틴의 역사 미화 정책, 헝가리의 이슬람 난민 수용 거부 등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던 최근의 정치 이슈들이 바로 그 사례다.

 저자인 윤상욱 외교관은 전작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보다 한층 더 깊숙하게 근현대사와 정치의 관계 속으로 파고들며 현재 대한민국에도 이런 왜곡과 은폐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카로운 경종을 울린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결국 역사를 통해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인식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내다본다. 조작된 과거로는 미래밖에 볼 수 없다. 권력자들은 이런 사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명분을 민족의 역사와 동일시하고 대중을 선동한다. 국민을 변하지 않는 지지층으로 만듦으로서 영원한 권력을 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희망대로 모든 인간이 똑같은 기억과 생각을 가진 사회는 그야말로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힘줘 말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믿는가.

 저자 윤상욱은 서울대학교에서 서양사를,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을 공부했다. 1998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2012년 세네갈에서 근무할 당시 아프리카의 고통과 모순을 다룬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를 저술했다. 이어 외교부 개발정책과장으로서 원조정책 수립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주제네바 한국대표부의 참사관으로서 UN 인권외교를 담당하고 있다.

 인권외교 현장에서 근무하며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국민들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것, 기억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주목하게 됐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 관용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시민들의 이성과 상식을 질식시키려는 권력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무엇으로 시민들을 유혹하는지, 시민과 지식인들은 이에 맞서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를 통해 모든 국민의 기억과 사고를 획일화하려는 권력의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가늠해보자.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최성애, 조벽 / 해냄출판사 /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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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성적표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실상 오늘 우리의 자화상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 아시아 국가 중 1위인 이혼율, 성인 20명 중 1명은 우울증, 취학아동 4명 중 1명은 정서불안, 늘어가는 아동 학대와 방치까지.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하며 ‘금수저 신드롬’이 거세지만, 오히려 마음의 허기와 불안정한 인간관계에서 허덕이는 ‘정서적 흙수저’들이 늘어간다.

한국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이 문제들의 근원에는 바로 ‘애착’이라는 심리학적 주제가 닿아 있다. ‘애착(Attatchment)’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이자 생존본능이다. 특히 생애 초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한 사람의 전 생애에 걸쳐 ‘정서’와 ‘관계 맺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어린 시절 애착손상을 입게 되면 그 파괴력은 매우 크며, 사회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오늘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애착 양육의 중요성과 이를 회복하기 위해 개인, 기업,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허대석 / 글항아리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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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이후 한국인의 죽음에선 자기결정권이 커진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의사와 가족이 결정해오던 일이 상당 부분 환자 본인에게 넘어오면서 환자와 그 가족의 가치관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그에 따라 부담도 커진다. 두렵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겪게 될 일을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30년 동안 서울대 의대 교수로서 의료 현장에서 무수한 갈등 상황을 겪어온 저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삶과 죽음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기를 촉구한다. 잘못된 결정과 잘된 결정, 그리고 누구든 확신할 수 없는 애매한 결정들이 이 현장의 복잡함과 급박함 속에서 펼쳐진다. 특히 갈등 속에 얽인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파해내며 이 책의 장점이 부각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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