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사법부 구성원 모두를 대표해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3천여 건의 삭제 문건과 암호가 설정된 760여 개 문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채 공식 활동을 마친 뒤, 24일 밝힌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판사들 사이에 핀 간극은 점점 더 심화되고 법원 내 구성원 사이에 진 ‘그늘꽃’은 여전히 시들 줄 모른다. 추가조사위가 밝힌 법원행정처 컴퓨터 조사 결과와 관련 ‘신분상 불이익을 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 또는 ‘청와대 요구에 따라 재판부 동향을 보고하고 사안별 대응 방안까지 세운 것은 사찰’이라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양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작업은 지난해 1월 법원행정처가 판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학술대회 축소를 시도하며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법원 진상조사위가 꾸려지면서 본격화됐다. 그런데 64일간 활동한 진상조사위가 ‘블랙리스트 의혹에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이에 반발한 판사들이 또다시 전국법관대회를 구성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조사하면 할수록 내홍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는 이뤄져야만 한다.

 국민들은 한순간에 우리네 사법체계 모든 부분이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서는 안 되며 또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헌법이 법관에게 부여한 사명을 바로 세워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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