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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우리 헌법은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인권 보장을 위한 것이며,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피의자에게 인정되는 권리로는 불법한 체포·구금·압수·수색·심문을 받지 않을 권리,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을 받지 아니할 권리,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助力)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 받을 권리, 체포·구속 적부심사청구권, 무죄추정권,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와 묵비권, 형사보상청구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이 있다. 또한 형사피고인에게는 (형사피의자에게 인정되는 권리뿐만 아니라 이에 더하여) 신속하고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할 권리 등이 인정된다. 한편, 형법·형사소송법에서는 피의자 및 피고인 보호를 위해 더욱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형법을 피의자의 마그나카르타, 형사소송법을 피고인의 마그나카르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범죄자에 비해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오히려 미흡하다. 헌법은 범죄피해자 구조청구권을 규정하고 있고(제30조), 범죄피해자보호법은 보호시설 및 생계비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지원되는 내용은 매우 미흡하다. 더욱이 범죄피해자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관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범죄피해자보호법 제8조는 "국가는 범죄피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재판절차에 참여해 진술하는 등 형사 절차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제1항), "국가는 범죄피해자가 요청하면 가해자에 대한 수사 결과, 공판 기일, 재판 결과, 형 집행 및 보호관찰 집행 상황 등 형사절차 관련 정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공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

 수사가 답보된 모습을 보이거나 왜곡되게 진행되는 경우(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사례도 있다), 검사가 석연치 않게 피의자를 불기소하는 경우, 재판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도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 적극 관여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고 때로는 매우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범죄자(피의자·피고인)에게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만(국선변호제도·무료법률구조제도도 마련돼 있다), 범죄피해자에게는 ‘도움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원래 ‘무기대등(武器對等)의 원칙’이란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즉,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해 약자의 지위에 있는 피의자·피고인이 법률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익을 방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범죄자는 힘센(?)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적극 책임을 회피하는 데 반해 피해자는 범죄의 진상 파악과 처벌을 국가기관(경찰·검찰·법원)에만 맡겨둔 채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 또한 ‘무기대등의 원칙’ 내지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위배된다. 따라서, 범죄피해자에게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 발생 시부터 ‘탐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35개 OECD 회원국 중 탐정제도가 없는 유일한 나라이며, 일본의 경우 6만여 명의 탐정이 활동한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탐정제도를 시급히 도입해 범죄피해자를 보호·지원해야 한다(일자리도 늘어난다). 한편, 탐정업을 제한하고 있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 등에 대해 직업의 자유 제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위헌 확인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바,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합리적 판단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행복추구권 증진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탐정제도의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국가의 ‘부작위’도 위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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