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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인천지부장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꽤 오래돼 많은 동기동창생이 유명을 달리하거나 대부분이 집안 어른으로 전보다는 바깥 외출이 많이 줄어 들었다. 가끔은 이런 저런 조그만 모임이 있어 가보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고 같이 말할 소재가 다양한 것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자녀 교육 뒷바라지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만족할 정도로 커가는 자녀를 보면서 스스로 위안을 하기도 한다.

 학교에 잘 다니고 졸업한 자녀들이 훗날 사회 생활하면서 어떤 것들을 가장 많이 기억할까 생각해 본다. 수업시간에 함께 공부한 내용을 기억할까? 아니면 가르쳐 주신 선생님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을 떠올릴까? 함께한 바로 옆 친구나 같은 학년 친구들의 철없던 행동일까? 아마 각자의 위치나 지난 학창생활이 조금씩 다르기에 다룰 수 있지만 가끔은 다투거나 생각지 못한 돌출적인 행동에 대한 기억 그리고 지금이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기억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가족과 함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창들이 그동안 바쁘게 살면서 만나지 못하다 보니 흐릿한 기억 탓에 얼굴을 보며 "누구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동창모임에 가고픈 마음에 만날 날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마음이 바빠진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철없던 시절에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순수한 우정에서 묶인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떠들고 놀고, 부끄럼 모르고 자신의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교실에서 운동장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치는 교정이 있기에 더 진한 우정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동창모임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살아가면서 가장 바쁘고 가고 싶은 옛 향수를 찾는 아름다운 추억의 무대이다.

 모든 이가 엮지는 않지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저마다 인생에 대한 한 권의 책이 고등학교 시절에 있다.

 동창들을 만나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에 감추고 싶었던 아픔도 부끄럼도 자랑스러웠던 것 보다 더 값지게 보이고 스스럼없이 털어 놓는다.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수업료를 기일 내에 납부하지 못해 교실에서 쫓겨나 집을 향하며 숨고 싶었던 슬픈 기억을 큰소리로 떠들 수 있는 모임이 동창모임이고, 말 못하고 가슴 태우던 여학생과 있었던 아쉬움도 이젠 털어 놓고 말할 수 있는 모임도 동창모임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교정에서 선의의 경쟁을 치르며 공부했던 친구로 졸업한 고등학교라는 공동체에 묶여,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따스한 가슴이 열리는 동창모임에 찾아가는 그 자체가 삶에서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다. 물론 젊어서는 부탁할 일이 있다거나 살면서 외롭지 않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로 동창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이제 나이 들어서 특별히 바라는 욕심을 내려놓으며, 그저 얼굴 한번 보고 싶어 동창모임에 관심을 갖고 찾아가는 것 자체가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이제부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작하는 학교별 동창 모임에 함께 동참해보면 어떨까 싶다.

 순수한 마음으로 동창모임으로 향하는 관심과 발걸음이 가장 아름다운 참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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