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관리사’와 ‘목욕관리사’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 됐다. 하지만 ‘화장실 진단사’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정제경 대표(56)가 운영하는 ㈜아메니티코리아는 화장실 관리사들이 모인 국내 유일한 ‘화장실 전문관리 업체’다.

정 대표는 "아메니티코리아는 일본 아메니티네트워크의 한국 내 합작회사"라며 "일본에서는 화장실 관리사가 후생노동성에서 자격증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빌딩과 상가 등의 화장실 악취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일을 한다. 기존 탈취제나 방향제는 악취를 다른 향기로 덮어 냄새를 숨기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를 아무리 깨끗하게 해도 숨겨져 있는 부분을 발견하지 못하면 고생한 만큼 보람이 없게 마련이다. 아메니티는 악취의 근원인 ‘요석(尿石))’을 잡는다. 악취가 변기의 트랩(trap)에서 나는지, 파이프나 이음새가 문제인지 찾아내 요석을 제거한다. 또 소변성분이 효소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요석 형성 방지기를 설치해 예방한다.

정 대표는 10년 전 아메니티코리아를 맡았을 땐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오해도 받고 ‘3D 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고충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화장실 진단을 하러 가면 청소 아주머니들이 ‘내가 청소를 잘못했냐’는 생각으로 대해 곤란할 때가 많았다"며 "오해를 풀어드리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쾌적한 화장실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와 전 사원이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현재 서울대병원과 63빌딩 등 서울 여의도 지역 빌딩들, 화문 인근 빌딩, 전국 교보문고 사옥 등 100여 곳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으로는 서울 성북구청이 지난해 처음으로 계약을 체결해 보람을 느꼈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정 대표는 새해를 맞아 남자들이 많은 군부대에서 화장실 청결교육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무심코 이쑤시개나 껌을 소변기에 버리거나 침을 뱉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공공이용시설은 더럽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들의 문화수준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며 "내 어머니와 가족들이 일하는 화장실이라는 생각으로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가 쾌적하게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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