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천 곳곳에 불법 성매매업 등 변질된 다방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다방 간판이 걸려 있는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최근 인천 곳곳에 불법 성매매업 등 변질된 다방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다방 간판이 걸려 있는 상가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추억 속으로 사라지던 ‘다방(茶房)’이 불법 성매매 업소로 둔갑하고 있다.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6일 오후 4시께. 영업시간을 앞둔 남구 관교동 먹자골목 길가에 늘어선 식당과 술집들은 강추위까지 겹치면서 썰렁하다.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제보에 따라 골목 한켠에 자리 잡은 다방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이른 시간 탓인지 다방 안은 한산하다. 거의 텅 빈 실내는 쇼파와 테이블이 한기를 온전히 받아냈다.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40대 후반 여성이 자리를 안내하고 주문을 받았다. 메뉴판도 없이 몇 가지의 차 종류를 얘기한다. 잠시 후 처음 말을 걸었던 여성과 함께 동년배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차를 가져오면서 테이블에 합석한다. 이곳은 찻값 이외에 추가 요금을 받고 유사성행위를 하는 다방이다. 이른 시간 임에도 테이블에 앉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더니 한 사람당 3만 원이라고 가격을 제시한다. 다른 업소에서는 성행위까지 하지만, 이곳은 유사성행위만 한다고 말한다. 테이블마다 머리 위까지 칸막이가 쳐 있어 외부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2명의 여성은 모두 조선족 출신이다. 한국인 사장을 대신해 가게를 운영한다. 이곳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걸음으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택가 또한 지근거리에 위치한 번화가다. 10년 전 한국에 와 식당 등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던 이 여성은 4개월 전부터 ‘다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된 일을 하지 않고도 비슷한 벌이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그가 하루에 버는 돈은 7만~8만 원 정도다. 그는 관교동의 한 부동산을 통해 다방을 소개받았다. 집이나 상가를 소개하는 부동산이 사람 소개까지 업무를 확장했다.

길만 건너면 인천경찰청이 있지만 단속 걱정은 없다. 지하에 있는 다방에 사람이 내려오면 벨이 울린다. 벨이 울리는 순간 경찰이 적발해야 할 ‘현장’은 사라진다.

형사가 손님으로 가장해 다방에 잠입하더라도 성매매 현장을 잡기는 쉽지 않다. 성매매나 유사성매매 등 실제 행위인 ‘진도가 나가는 순간’ 덮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천지역 곳곳에는 해마다 다방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남구는 2015년 107개였던 다방이 28일 현재 124개로 증가했다. 남동구도 2015년 122개에서 145개로 늘었다. 해마다 약 10개의 다방이 늘어나는 추세다. 새로 생기는 모든 다방에서 성행위나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활권 깊숙이까지 파고든 불법 업소에 대한 감독 당국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구청과 함께 총 3차례 단속을 나갔지만, 실제로 적발한 것은 1건에 불과했다"며 "실적이 나오든 그렇지 않든 지속적으로 단속해 문제의 근원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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