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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락기 시조시인
새해가 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1월 1일 새벽 해맞이행사로 가족이 만난 것도 엊그제 같다. 올해는 등산을 하던 예년과 달리 강변을 택했다. 원단의 찬란한 해를 품고서 조조 영화를 보며 가족애를 함께했다. 가족이라 해봐야 아내와 자식들이 모인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만나지 않으면 함께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21세기 스마트시티 사회, 오늘의 지식이 내일 바로 버려지는 시대라 할지라도 그리운 것은 가족애 같은 사람들의 행복숭어리다. 행복이란 나이나 지역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주관적 개념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행복은 너무 주관적이기 때문에 더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행복이론서와 연구가 있어 왔다. 행복은 그저 즐겁고 기쁜 거라고 해본다. 신앙의 기쁨이나 운동의 성취감 또는 문화예술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요즈음 테니스의 정현이나 축구의 손흥민,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에 관해 보고 듣는 소식만으로도 모두에게 엄청난 행복감을 안겨준다. 어찌 이들뿐인가. 지금 한국에는 무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향해 뛰고 있다. 나라의 앞날이 밝아온다. 정부부처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있다. 그저 조합된 명칭으로 여겼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이 실감나면서 ‘문화체육’이 다가왔다. 여기에 건강한 정신이란 문화(예술)랄 수 있겠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문학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한 편의 시조를 짓기 위한 숙고 과정이나 완성 뒤에 번져오는 카타르시스는 행복의 한 유형이라 하겠다. 통영의 청마는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고 시를 썼다.

 이 글에서는 음악분야를 좀 더 들여다보겠다. 지난 1월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8 한중 우호음악회’ 등 작금 곳곳에서 온갖 신년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에서는 오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연주를 위해 현송월을 대표로 서울과 강릉에 사전 답사를 다녀갔다. 그 사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미세먼지 대책 대중교통 무료이용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종로5가 화재사고에는 방학 중 서울 구경 온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불행한 일이다. 이와는 달리 작년 11월은 한국의 20대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케이팝으로 미국을 점령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그 나라 카네기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성료했다. ‘김봄소리’는 정통 클래식 음악 연주에 있어 세계적인 여제라 할 만하다. 10개 이상의 각국 저명 콩쿠르에 입상하고, 현재 뉴욕 줄리아드음대 박사과정 중에 있다. 작년 그때쯤 필자에게도 행복을 만끽할 행운이 왔다.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마르티누 체코 필하모닉 교향악단과 협연한 그를 만났다. 구입한 그의 앨범에 사인을 받고, 본인의 졸저 시집 「황홀한 적막」을 건네주었다. 그 가녀린 숙녀에게서 어찌 그토록 형언할 수 없는 우주의 소리가 나오는지, 무위의 선율은 황홀한 행복 그 자체였다. 노래나 연주는 감상하는 그 시간만이라도 한량없는 기쁨을 준다.

 풍진 세상일수록 등 뜨습고 맘 편한 단표누항(簞瓢陋巷)은 유효하다. 비록 가난하지마는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 스친다. 강남 집값이 오르고 디지털 문명이 앞섰다고 하여 곧 행복하지는 않을 거다. 아파트 발코니의 아마릴리스 꽃이 겨우내 피어 미세먼지 자욱한 우울을 달래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처럼 행복은 가까이에 대기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 젊은이들이 각 분야에서 웃으며 부상할 날을 고대한다. 그들이 연주하는 눈물겨운 화음을 들으면 더 행복하겠다.

어떤 이는 행복의 굴레가 제격일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행복의 역설이다. 행복의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황금 개띠의 해, 이 밤도 김봄소리의 곡진한 멜로디를 듣는다. 지금도 전 세계를 누비면서 인류에게 황금빛 행복을 연주하고 있을 거다. 그의 행복을 바라며, 단시조 한 수 지어본다.

<봄 소리>
참 곱기도 하려니와  속속들이 적시누나

저도 몰래 취해설랑  꿈결 속을 노닐 적에

봄 소리 생각만 해도 온 누리가 다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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