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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22일과 24일 3일 동안 실시한 경비원 인원감축 주민투표(의견수렴)결과 반대 68%, 찬성 32%로 경비원 감축계획이 무산됐다. 사진은 해당 아파트 2단지에서 한 경비원이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거리에 나앉을 뻔 했던 부평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이<1월 24일자 19면 보도> 계속해서 일하게 됐다. 주민들의 따뜻한 결단이 한 몫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경비원 인원감축을 놓고 주민투표(의견수렴)를 진행했다. 주민투표는 향후 1만 원까지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관리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고육지책으로 경비원 인력감축을 선택하면서 진행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경비원을 조정하는 대신 통합경비시스템을 구축하면 가구당 평균 약 2만 원이 절약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내용이 각 가정에 통보된 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술렁임이 일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경비인력 감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호소문이 붙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호소문을 통해 "현재 26명의 경비원 및 청소원을 무려 11명으로 감축시키고, 통합경비체제로 가려고 한다"며 "인원을 줄여 경비를 절감하자는 접근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의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호소는 주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주민투표 결과는 인원감축 반대 68%, 찬성 32%로 경비원 감축계획을 무산시켰다.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체감온도 영하 20℃를 오르내리는 한파 속에 가슴을 졸여야 했던 26명의 경비원에게 큰 선물이 됐다.

주민 박모(43) 씨는 "최저임금은 현 상태에서도 살기 어려운 수준인데, ‘최저임금이 경비원들을 해고시키는 도구로 작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물음에 상생을 택한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찬성과 반대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대가 높게 나온 것은 맞다"며 "주민들의 결정에 따라 경비원 인력 감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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